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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가정폭력 피해 나왔지만"…코로나로 갈 곳 없다

[집중취재M] "가정폭력 피해 나왔지만"…코로나로 갈 곳 없다
입력 2021-01-06 21:02 | 수정 2021-01-0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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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집을 나온 위기 청소년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던 '쉼터'마저 입소 정원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재워주고 용돈 준다는 유혹에 넘어가서, 범죄 피해를 당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실태를 정동훈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 서면의 밤거리.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7년 째 가출 청소년을 찾아, 가정 복귀를 돕고 있는 박용성 씨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붙입니다.

    무리 속에 혹시 가출한 아이가 있는지, 살피는 겁니다.

    [박용성/학업복귀지원 '틴스토리' 센터장]
    "부모 전화는 안 받고 제 연락도 안 받고 하지만 친구들끼리는 연락하고 있습니다."

    박 씨가 찾는 아이는 16살 김 모 양.

    [박용성/학업복귀지원 '틴스토리' 센터장]
    "지금 실종 신고가 돼 있거든요. 이 친구는. 관할 경찰서 실종팀하고 연계를 해 가지고 찾게 되는거죠."

    김 양을 봤다는 문자를 받고 급히 인근 상가 건물로 가봤지만 비슷한 또래의 가출소녀였습니다.

    "너 가출했나? 집으로 빨리 가라. 알았지?"

    결국 그날 밤 김 양을 찾지는 못했지만 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집을 나온 이유는 저마다 다양합니다.

    [김 모 군/17살]
    "아버지한테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폭행에 시달리다가…"

    [박 모 양/16살]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알콜중독이셔 가지고 엄마를 맨날…이제 술 마시면 제가 뒷바라지 한다고 그러다보니까…"

    하지만 갈 곳이 없다는 건 모두 똑같습니다.

    [박 모 양/16살]
    "원래 같으면 PC방에서 자고, 롯***(햄버거 업체)에서도 몰래 자고 그러는데 이제 (영업) 시간이 딱 정해져 있다보니까 지금 가출하면 밖에서 밤을 지새는 '길샘', 그냥 아예 갈 데도 없고…"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업소가 심야 영업을 중단하자 가출 청소년들은 영하의 날씨에 노숙을 하기도 합니다.

    [신 모 양/14살]
    "(춥지 않아요?) 춥죠. (어디 잘 데가 있어요?)…"

    [이 모 양/15살]
    "친구집 가거나, 아니면 밖에서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비상계단 이런데서 지냈어요."

    코로나로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갈 곳 없고 돈도 없는 가출 청소년들을 노리는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석 달 전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왔던 15살 희수(가명)는 소셜 미디어로 연락해온 남성을 믿고 만났다가 그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희수(가명)/15살]
    "처음에는 저한테 도와준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만나니까 그냥 강제로 차에 태워가지고 이제 성폭행을 당했었어요."

    이 남성은 가출 청소년이라는 걸 약점잡아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희수(가명)/15살]
    "'니네 앞으로 **에서 못 산다'는 식으로 계속 협박을 하다가 경찰서에 전화해서 '니네 집에 보내겠다' 이런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는 거죠."

    경찰은 희수를 포함해 가출 청소년 8명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20대 남성을 구속했습니다.

    정부가 이런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예산을 지원해 마련해 둔 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 쉼터라는 곳인데요.

    가출 청소년 말고도,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분리조치된 아이들은 이 곳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4년 동안 숙식을 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이런 쉼터는 전국에 130곳 정도 있는데, 정작 희수는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거리두기가 격상되자, 쉼터가 입소 정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희수(가명)/15살]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한 쉼터에 많이 못 받는다 제한 (인원) 수가 있어 가지고, 사람 수가 많아서 못 간다고…"

    수도권의 한 쉼터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오갈 곳 없어 찾아오는 아이들을 돌려보내자니, 쉼터 측도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김여진/청소년일시쉼터 과장]
    "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는 건 누가 봐도 뻔히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내치기가 되게 어려운거죠. 내치면 이 아이들은 바로 길거리인 거예요. 되게 좀 갈등 상황에 있죠."

    쉼터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쉼터 입소 전 2주간 자가격리를 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삼일씩 머무르다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매번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합니다.

    [김여진/청소년일시쉼터 과장]
    "(쉼터) 왔을 때 발열정도 이 정도만 체크하고 입소하니까 그게 이제 모두가 다 위험한 거 같아요."

    3제곱미터가 채 안되는 방 한 칸의 정원은 4명, 방역 수칙 준수는 강제하기 힘듭니다.

    [박성숙/청소년단기쉼터 실장]
    "시에서 내려온 지침은 있거든요. 2미터 간격 유지해라, 마스크 착용해라 격리해라 하는데 사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거죠."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됐던 지난해, 가정 불화로 고충을 호소하는 청소년 수는 그 전해보다 75%나 증가했습니다.

    [이범영/청소년단기쉼터 소장]
    "코로나시대의 달라진 패턴은 가정 내 갈등이 더 심해져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 의뢰되는 친구들이, 저연령대 입소 비율이 높아졌다라는…"

    하지만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가출 청소년을 위한 학업지원 활동과 대면 상담 활동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집이 지옥이기 때문에 나오는 거거든요. 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방역이 중요하냐, 저는 보호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가출청소년들은 12만명 정도.

    이들 중 10% 정도만 쉼터의 보호를 받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방치되다시피한 가출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남현택 /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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