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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까지 11시간"…기습 폭설에 도심 아수라장

"퇴근까지 11시간"…기습 폭설에 도심 아수라장
입력 2021-01-07 19:55 | 수정 2021-01-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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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내려도 너무 많이, 그리고 짧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쏟아진 폭설이 도심을 점령했습니다.

    그 바람에 어제 퇴근길 도로는 차들이 걷는 거 보다 느렸고 오늘, 아침이 돼서야 퇴근했다는 증언이 속출했습니다.

    미끄러지고 부딪치고 밤사이 서울 도심은 그야말로 대혼란이었습니다.

    손 하늘 기자가 어제 퇴근부터 오늘 출근까지 그 현장의 한복판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8㎝의 기습 폭설이 쏟아진 직후, 서울 강변북로에 나가봤습니다.

    내린 눈에 차선은 보이지 않습니다.

    들어선 지 10분 만에 도로는 꽉 막혔습니다.

    마포에서 강동까지 153분,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는 안내.

    사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강변북로는 차량 속도보다 제가 걸어가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제설차가 서둘러 나왔지만 역시 거북이 걸음입니다.

    [김성찬/택시기사]
    "신촌 지나서 내려오는 거기서부터 이렇게 막히더라고요."
    (제설은 잘 되고 있나요?)
    "그런 건 못 봤어요. 차들이 막혀서 줄 서있으니까…"

    한강대교도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다리 너머의 낮은 고갯길이 힘에 부친 차량들.

    그 여파로 차량 수 백대가 다리 위에서 1시간째 오도가도 못했습니다.

    [박성수/버스기사]
    "지금 이 밑에도 언덕이 약간 있는데, 트럭들하고 승용차 못 올라오는 차들이 많아요."

    눈보라에 앞을 보기도 어렵지만 차 타기를 포기하고 걸어서 다리를 건넌 시민들.

    [전순용/서울 노량진동]
    "(평소 10분 거리인데) 내비 치니까 50분 넘게 걸리더라고요. 차를 회사에다 놓고 집까지 한강대교 건너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시각, MBC에는 서울 강남에서 도로에 갇혔다는 제보 수십 건이 접수됐습니다.

    제가 지금 강남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한남대교를 300m 앞두고 40분째 그냥 이렇게 서 있습니다.

    제가 건널 다리는 눈보라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걸어가보니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면서 다리 진입로를 막아버렸습니다.

    덩달아 멈춰선 버스에서 승객들이 내려 차를 밀어 보지만, 바퀴는 헛돌기만 합니다.

    [이원용/버스기사]
    "강변북로라 (승객을) 어디 내려줄 수도 없고 꼼짝을 못 하는 거예요."

    급기야 기름까지 떨어져 차를 밀고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승용차 운전자]
    "엎친 데 덮친 거예요. 한 시간 넘게 걸린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일 줄 몰랐죠."

    발이 묶였다는 제보가 집중된 서울 강남에 들어왔습니다.

    정체는 풀렸지만 온통 눈밭입니다.

    "아자! 하나 둘 셋! 밀어 밀어!"

    강추위에 몇 시간을 갇혔던 차들은 줄줄이 고장났습니다.

    [김윤형/서울 대치동]
    "견인차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시간 뒤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너무 출동이 많대요."

    44분 후에 도착한다는 버스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시민들.

    이번엔 서울 사당역 인근이 난리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가보니 고개를 넘지 못하는 차량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새벽 두 시도 지나고 이제 세 시를 향해가고 있지만, 서울시내 도로는 보시다시피 꽉 막힌 상탭니다.

    같은 시간, 경기도 분당에선 차량들이 8시간 동안 눈 속에 고립됐습니다.

    [오정수/인천 서창동]
    "추위도 그렇고 차에 물도 없고 하니까, 밥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날씨는 춥고 기름도 간당간당했는데…진짜 지옥같았어요."

    분당에서 저녁 7시에 퇴근한 운전자 오 씨는 11시간만인 오늘 아침 6시가 돼서야 인천 집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출근길이 시작됐습니다.

    힘겨운 밤을 보낸 서울 사당역 일대,

    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트럭 운전자]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저 위가 문제예요. 저 위가 오르막길인데…"

    화물차는 취재진이 힘을 보태고나서야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지각 사태에 뛰는 사람 반, 그냥 포기한 사람 반입니다.

    [이혜리/경기 안양시]
    "원래 8시 40분 도착인데 1시간 이상 늦었고요. 한 정류장 오는데 30분 걸렸어요."

    하루 종일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에 머문 오늘, 출근 전쟁을 치렀던 시민들은 또 다시 쉽지 않은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김희건, 노성은, 전승현 / 영상편집: 신재란 / 화면제공: 강전욱, 고영준, 나상문, 박영호, 박은영, 오승용, 오정수, 이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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