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서 살균제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의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이틀전 무죄판결을 받았죠.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근거를 들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물 실험만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법원을 비판하고 있고, 피해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심 법원의 무죄 선고 이틀 뒤 피해자 가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990원짜리 살균제 하나 때문에 부인을 잃은 남편은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김태종/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없다고요?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것 누가 책임질 겁니까. 누가 책임지냐고요."
폐렴과 천식을 앓는 아이들 생각에 몸서리 치는 엄마.
[김선미/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 제품을요, 제 손으로 사서 썼어요. 제가 아이들한테 '엄마가 미안해'라고는 하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잖아요."
법원의 무죄 근거는, 피해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썼을 때 반드시 폐 질환이나 천식에 걸리는 동물 실험 결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쥐한테 주입했을 때 폐 질환이 생기거나 새끼가 죽은 채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 법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살균제 성분을 체내에 주입한 방법이 다르다며 판결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지나치게 선택적이고 협소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동욱/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불확실한 정보 또는 부족한 정보만에다가 무게를 얹어서 '무죄다'라고 한 것이고요. 결국은 사람을 실험을 해야 된다는 말이냐…"
수백 명의 피해자가 같은 병에 걸린 임상 증거는 명확한 상황.
동물 실험에 전적으로 판단을 맡겨 판단을 그르친 역사적 경험은 적지 않습니다.
1만명이 넘는 기형아의 원인이 됐던 약, '탈리도마이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기형아, 사상자. 엄청난 큰 사건이 났었는데 그 경우도 동물 실험에서는 확인이 안 돼서 시판이 된 것…"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본 전문가들은 다음 주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최인규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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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재민
동물실험 없어서 무죄?…전문가들은 '갸웃'
동물실험 없어서 무죄?…전문가들은 '갸웃'
입력
2021-01-14 20:27
|
수정 2021-01-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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