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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까지 천릿길…"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게"

청와대까지 천릿길…"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게"
입력 2021-01-15 20:27 | 수정 2021-01-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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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0년 전 309일간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던 한진 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죠.

    김진숙 씨.

    2주 전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를 목표로 천리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 씨가 왜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됐는지 김수근 기자가 함께 걸으면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끝까지 함께 웃으며 투쟁! 출발하겠습니다."

    경북 칠곡군의 국도.

    30여 명이 줄지어 걷기 시작합니다.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맨 앞에 섰습니다.

    자신의 일터였던 한진중공업의 푸른색 작업복 차림입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을 출발해 15일 동안 180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목적지인 청와대까지는 450킬로미터, 장장 천릿길입니다.

    '희망뚜벅이'라는 이름으로 발걸음을 뗀 건 후퇴 논란이 제기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온전한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유가족들이 그렇게 단식을 30일 가까이하고 있는 상황에서…기업의 처벌을 어떻게든 면해주려고 이것 떼고 저것 떼고…"

    어용 노조를 비판해 1986년 해고된 뒤 36년째 진행 중인 복직 투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입니다.

    사측의 재취업, 위로금 제안도 김 씨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돈으로 김진숙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복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임원들이 모아서 모금을 해서 주겠다니까 기가 찬데다가…"

    또 다른 해고 노동자들도 함께 먼 길을 나섰습니다.

    [채붕석/한국게이츠 지회장]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본인(김진숙)이 걸으면서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강병기/대우버스 대의원]
    "(저희)회사에서 폐업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라서…전 노동자 문제이기 때문에…"

    첫날 3명, 많게는 50~60명과의 동행으로 힘을 내보지만 김 씨는 사실 성한 몸이 아닙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제가 아프다는 이유로 병상에 누워있기는 좀 답답했어요."

    재발한 암 치료도 해야 하고 간경화에 항암제 부작용까지.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크레인에서 309일을 있어도, 그렇게 강력하게 의사표시를 해도 안 들어주는 사회니까."

    그래서 더 웃으며, 지친 기색은 지우려 합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기자: 청와대까지 충분히 갈 수 있겠어요?) 아유 그럼요. 혼자면 먼저 갔다가 내려올 텐데."

    평생을 바친 노동 운동으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노동운동을 하면서 제가 비로소 인간임을 자각했고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배운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삶에 만족합니다."

    오늘도 가장 좋아한다는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는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이끄는 '희망뚜벅이'는 다음 달 7일, 청와대 앞에서 마침표를 찍을 예정입니다.

    [김진숙/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그냥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하루를 살아도…"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 고헌주 / 영상편집 : 신재란 / 사진·영상제공 :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대우버스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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