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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봐도 군인에 철조망…'병영'이 된 워싱턴

어디를 봐도 군인에 철조망…'병영'이 된 워싱턴
입력 2021-01-16 20:15 | 수정 2021-01-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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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때는 이렇게 의사당 앞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들어 축제같은 분위기로 새 대통령을 맞곤했습니다.

    하지만 나흘 뒤 바이든 새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수도 워싱턴은 테러 공격에 대비해 봉쇄됐습니다.

    2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주둔해 거대한 병영 도시처럼 변했는데요.

    박성호 특파원이 워싱턴에서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워싱턴행 지하철을 탔습니다.

    요즘 차로 들어가는 게 퍽 까다로와져서 탔는데, 텅텅 비었습니다.

    텅 빈 건 시내 중심에 있는 역도 마찬가지였는데요.

    4개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이 마치 막차 끊긴 종착역 같았습니다.

    지상으로 나와보니 차량은 전면 통제, 도시는 멈춰 있었습니다.

    이곳은 13번가와 F 스트리트가 만나는 도로 한복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사방이 막혀 있는데 특히 의회로 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쪽은 블록으로 막아놨습니다.

    그리고 저 뒤 하얀색, 저희 사무실로 들어가는 건물은 주차장 자체를 아예 폐쇄했습니다.

    취임식을 기념하는 성조기가 도로변을 장식했지만, 분위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한두 블럭마다 마추지는 검문소.

    폭력 난동자를 찾는다는 FBI 광고가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이미 요새처럼 변한 의회는 이제 군용 차량들이 앞을 지켜섰습니다.

    총 든 군인들의 경계 근무도 부족한지, 철책 위에 가시가 돋친 철선까지 얹었습니다.

    사람들은 안심과 불안, 둘 다 느꼈습니다.

    [다니엘/버지니아주 주민]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민주주의의 등대 같은 곳이 말 그대로 전쟁에 대비하면서 봉쇄가 됐잖아요. 침략에 대비하느라."

    이 철책의 높이가 2.5미터로 어른 키보다 훨씬 큽니다.

    이제 워싱턴DC에서 이런 울타리 쳐진 모습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풍경이 됐습니다.

    길게 늘어선 철책 때문에 길을 건너기도 쉽지 않고, 음식점도 은행도 전부 닫는 바람에 워싱턴 시민들은 독 안에 갇힌 신세가 됐습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워싱턴 시민]
    "막판에 서둘러서 장을 보러 가야했어요. 제 차도 주차장에 갇혀 있고요.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을 한 건지 모르겠어요."

    도시의 다른 곳을 둘러봐도 시민보다 군인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각지에서 속속 도착한 주 방위군에겐 시내 곳곳이 작전지역이 됐습니다.

    주한미군이 2만8천5백 명인데 워싱턴에 모인 주방위군이 2만 1천명입니다.

    다른 주의 도움으로 경찰도 5만 명으로 늘었고, 전국의 FBI 요원들도 총동원됐습니다.

    [매튜 밀러/비밀경호국]
    "50개 주의 FBI 합동 테러대비팀이 도시의 4개 구역에서 24시간 모든 단서와 가능한 위협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취임식때마다 인파로 가득 찼던 내셔널 몰, 즉 의사당 앞 긴 잔디 구역은 폐쇄됐습니다.

    귀빈석과 방송사 중계석 설치를 위한 작업이 막바지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접근도 이젠 쉽지 않습니다.

    통행금지 예외 대상이지만, 차를 갖고 시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겁니다.

    [워싱턴DC 경찰]
    (취재진은 내일부터 차를 못 갖고 오나요?)
    "네, 차는 안 됩니다. 거리에 '주차 금지' 표시가 돼 있으면, 도시 외곽에나 세워야 합니다."

    어둠이 내린 도시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취임식장 가는 길목의 트럼프 호텔만 전에 없이 휘황찬란하게 조명을 켜놔서 무슨 시위라도 하는 듯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박성호입니다.

    (영상취재: 이상도, 임상기(워싱턴)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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