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포스코 광양 제철소의 주변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는 살수 없다면서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쇳가루와 악취 피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 합니다.
제철소 옆에 사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쇳가루 천지인 근처 마을의 실태, 또 이 쇳가루의 정체를 조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남쪽으로 2km.
바다 건너로는 제철소가 보이는 작은 섬인, 여수시 묘도의 한 주택입니다.
처마 밑, 빗물을 받아놓은 통 속에 새까만 가루가 가득 쌓였습니다.
자석을 갖다 대니 한 움큼 달라붙습니다.
마을 골목은 물론, 인근 텃밭에도 이런 쇳가루 천지.
광양제철소가 들어선지 35년째, 주민들은 매년 지독한 먼지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석준/마을 주민]
"바람이 불면 저희 마을에 먼지가 날아들어 오는 거랑, 냄새는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현재나 (똑같습니다.) 작물에 아주 심하게 내려서 저희도 도저히 먹지를 못하고..."
참다 못한 주민들은 작년 9월, 검은 쇳가루의 정체가 대체 뭔지 확인하기 위해 성분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제철소를 마주보는 바닷가 주택 1곳,
그리고 비교를 위해, 야산으로 북쪽이 가로막힌 다른 2곳에서도 각각 시료를 모았습니다.
분석 결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중금속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2곳과 달리,
바닷가 주택에선 1급 발암물질인 아연과 카드뮴이 환경기준법상 오염 기준치보다 각각 7배와 3배씩 높게 나왔습니다.
또 2급 발암물질인 니켈도 9배 넘게 나왔고,
비록 기준치 보다는 적었지만 수은과 납까지 검출됐습니다.
모두 제철소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금속들입니다.
[박길현/우석대학교 토양분석센터 연구원]
"(비교군에 비해) 묘도동만 높게 나오는 것은, 여기 묘도동은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게다가 광양제철소에는 석탄과 철광석 같은 일부 원료가 외부에 쌓여있는데,
이를 야외가 아니라 실내에서 밀폐해 보관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고 합니다.
[박학수/마을 주민]
"(석탄·철광석) 야적장 밀폐화 사업을 해달라, 주민들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몇 번을 요구했는데 예산 문제인지 아니면 의지가 없어서인지..."
주민들의 우려에 포스코측은 마을 안에 '중금속 측정기'를 설치해 28년째 모니터하고 있다면서도,
측정 자료가 객관적이지 않다며 결과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료를 직접 수집하면서도 믿을만 하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는 겁니다.
[주종섭/여수시의원]
"가장 생명하고 직결되어 있는 문제인데, 그런 장치(중금속 측정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가 안 된다면..."
포스코측은 대신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한 밀폐화 사업 예산을 올해 처음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몸에 해로운 쇳가루가 당장 눈에도 보일 정도로 쌓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관계 당국의 정밀하면서도 즉각적인 실태 조사가 우선이라고 주민들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영상취재: 박찬호 최유진(여수) / 그래픽: 최윤정(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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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희원
[단독] 자석에 한 움큼…제철소 주변 쇳가루 '심각'
[단독] 자석에 한 움큼…제철소 주변 쇳가루 '심각'
입력
2021-01-20 20:28
|
수정 2021-01-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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