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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쌓여가는 '코로나 소송'…공공안전과 기본권 사이

[집중취재M] 쌓여가는 '코로나 소송'…공공안전과 기본권 사이
입력 2021-01-20 20:56 | 수정 2021-01-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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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제는 하루종일 어디에서나 마스크를 써야 하고, 어딜 가나 방문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누군가와 접촉을 하는 일 자체가 '위험'이 되어버린 상황이죠.

    가족도, 친구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만큼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적응이 어려운 건, 우리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대유행의 상황 속에서 기본권은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을지, 양소연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금요일 저녁, 어느 호프집.

    '불금'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이고, 7시를 넘겨서야 첫 손님이 들었습니다.

    겨우겨우 여덟 테이블을 받았는데 벌써 9시, 문 닫을 시간입니다.

    [한문태/호프집 운영]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출이) 250만~260만 원 됩니다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그런데 오늘은 25만 6천9백 원이니까…"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그럭저럭 잡혀가던 작년 봄, 반토막났던 매출도 회복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호프집 성수기인 8월에 2차 대유행, 연말을 앞두고 또 3차 대유행.

    코로나 유행 전 5천8백만 원에 달하던 12월 매출은, 딱 1년 만에 350만 원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1천만 원 가까운 임대료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일어설 만 하면, 그 때마다 주저앉으면서 꼬박 한 해를 보낸 겁니다.

    [한문태/호프집 운영]
    "종신보험을 16년 동안 부은 게 있습니다. 해약을 해서 10월 달에 임대료 두 달치를 지금 냈고요. 현재도 임대료 두 달치가 밀려 있는 상태입니다."

    견디다 못한 한 씨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별다른 보상 규정 없이 가게 문을 마음대로 열지 못하게 해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게 한 씨는 주장입니다.

    [한문태/호프집 운영(지난 5일, 기자회견)]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 확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왔지만 돌아오는 건 영업권과 생존권 위협 뿐이었습니다."

    손님이 테이블에 앉을 수 없었던 카페들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한동안 문도 못 열었던 코인노래방, 또 헬스장과 필라테스 등 체육시설 운영자들도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박주형/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대표]
    "이제는 진짜 주변 지인한테 돈을 빌려서 버텨야 되는 상황인 거죠. 환불금도 줘야 되는데 당장 현금이 없다보니까 빌려서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자영업자들만이 아닙니다.

    1년 동안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했던 김모씨.

    노량진 학원을 덮친 집단감염에 휩쓸려, 시험 불과 이틀 전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정부는 확진자들의 응시를 막았습니다.

    [김모 씨/임용시험 수험생]
    "1년 동안 준비한 걸… 아예 기회를 잃는다는 게 더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끝났구나… 절망적이었죠."

    교사 임용시험을 못 본 응시생들 67명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변호사 시험 때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거란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방역당국이 이태원 집단감염 당시 1만명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수집한 조치는, 사생활과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 거라는 헌법소원도 있었습니다.

    [서채완/변호사]
    "모기를 잡는데 총을 쓰지 마라. '먼저 저인망 식으로 정보를 싹쓸이 한 다음에 거기에서 감염병 의심자를 찾아내겠다'는 방식의 개인정보 수집인데 그게 일단 잘못됐다는 거고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1년 내내 지속되면서, 사실 우리 모두가 예전에 누리던 권리들은 조금씩 제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QR코드를 입력하거나 아니면 명부를 작성해 방문기록을 남기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는데요.

    원하지 않더라도 내가 어디 머물렀는지 기록해 제공해야 하는 상황.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 헌법은 10조부터 36조까지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원칙도, 바로 뒤 37조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반드시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의 침해를 최소화했는지가 잇따르고 있는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제한했단 논란에 휩싸인 '대면 예배 금지' 조치.

    [임지봉/헌법학회장]
    "(대면예배를) 잠정적으로 금지를 하고, 그 대신에 비대면 예배 방법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저는 이것이 과잉하고 획일적인 종교적 행사의 자유 제한이어서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안창호/전 헌법재판관]
    "정부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서 실질적으로 정상예배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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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의 자유'를 놓고는 더 날카롭게 대립합니다.

    작년 광복절 집회를 허용했다 또다른 대유행을 불렀던 만큼, '차벽' 같은 극단적 조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

    [임지봉/헌법학회장]
    "8.15 집회에서 한 군데 집회를 하게 해줬더니 감염병 확산이라는 명백한 위험이 발생한 거예요."

    반대편에선, 집회는 의사를 표현하는 최상위의 기본권인 만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방역 조치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맞섭니다.

    [서채완/변호사]
    "(집회는) 민주사회에서 비판적 기능, 그리고 권리를 침해 당한 사람이 유일하게 항의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긴급상황에서도 보장이 돼야 한다. 광화문을 전면 차단했으면, 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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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대안 마련에도 세심했어야 한다는 지적.

    가령 학교 현장 수업의 대체 수단으로 '온라인 수업'이 도입됐지만 가정 환경에 따라 교육권이 차별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특히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서채완/변호사]
    "(교육권은) 특히 아동의 권리이기 때문에 조금 더 보편적으로 적용이 돼야 되는데, 온라인 교육이 진행됐을 때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고요. 교육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것 같고…"

    법과 제도의 구멍 역시 여기저기 드러났습니다.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도축시설 운영을 제한할 경우 일부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 예방법에는 사람이 모이는 시설의 영업을 제한해도 보상규정이 없습니다.

    [김남주/변호사]
    "사람이건 가축이건 병이 걸렸고, 한 곳에 모이면 전파가 되니까 모이지 못하도록 시설 사용을 제한하거나, 영업을 제한하거나 똑같은 구조인데, 여기(가축)에는 보상규정이 있고, 사람에는 없는 거죠."

    우리만 혼란스러운 건 아닙니다.

    긴급 이동제한 명령을 선포했던 프랑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부랴부랴 새로 법령을 만들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두고 법정 공방이 잇따르는 미국에선 '방역'을 우선시한 판결들이 나오다가 최근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뒤집히는 추세입니다.

    공공 안전과 개인 기본권 사이에서의 균형 찾기.

    코로나19 1년을 겪은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입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방종혁, 서두범, 정인학, 김희건 /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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