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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옹호' 퇴출 서명에 같은 글씨체가 수십 개

'소녀상 옹호' 퇴출 서명에 같은 글씨체가 수십 개
입력 2021-02-02 20:17 | 수정 2021-02-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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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평화의 소녀상'을 옹호했던 일본의 지자체 장을 퇴출 시키겠다며 일본 우익들이 주민들 서명을 받았는데, 그중 83%가 가짜로 확인됐죠.

    MBC 취재팀이 서명부를 직접 봤더니 적어도 수 십명의 서명이 같은 글씨체 였습니다.

    이를 주도한 일본 우익들,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도쿄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9년 8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우익들의 폭탄테러 협박으로 사흘만에 중단됐고 폐막을 1주일 앞두고 엄중한 경비 속에 겨우 반쪽 전시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유명 성형외과 원장과 방송인 등 낮익은 극우 혐한 인사들이 집결했습니다.

    이들은 소녀상 전시로 공금을 낭비했다며 미술전 책임자인 아이치현 지사에 3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지사를 퇴출시키겠다며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다카쓰 카츠야/성형외과 원장]
    "국가에 부끄럽고, 아이치현민에 부끄러운 일을 한 지사는 지지할 수 없습니다."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소속 현 오사카 지사도 동참했습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오사카부 지사]
    "공금을 써서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에 강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두달여 만에 유권자 43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명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자필로 쓴 인적사항과 서명에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독특한 글씨체의 숫자 5, 동녘 동, 푸를 록 등 한자들의 필체가 누가 봐도 비슷했고, 명부엔 있는데 서명한 적 없다는 사람들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서명운동 자원봉사자]
    "20년쯤 전에 시집간 딸도 (명부에) 올라가있고, 물어보니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선관위가 조사에 나선 결과, 무려 83%, 36만여개 서명에서 조작을 확인했습니다.

    이중 동일인이 쓴 서명은 32만개, 선거인 명부에 없는 사람의 서명은 17만개로 조사됐습니다.

    선관위는 이들을 지방자치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아이치현 선관위 관계자]
    "한 사람이 10개의 같은 서명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이치현 지사도 경악했고,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무라 히데아키/아이치현 지사]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사태입니다. 일본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입니다."

    서명을 주도한 극우 인사들은 조작 혐의를 부인하며, SNS를 통해

    "나는 부정을 매우 싫어한다. 기소를 즐겁게 기다리며, 법정에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와무라 다카시/나고야 시장]
    "확실히 합시다. 누가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했는지, 정말 화가나서 떨리네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이 전시됐을 당시 일본 정부는 정부 보조금 중단을 시사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명 조작 사건에 대해선 지자체의 일이라 언급을 삼가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이장식 김진호(도쿄) / 편집: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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