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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대학생 돕는다더니'…공무원이 챙긴 코로나 장학금

[제보는 MBC] '대학생 돕는다더니'…공무원이 챙긴 코로나 장학금
입력 2021-02-02 20:27 | 수정 2021-02-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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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충청북도의 한 군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돕겠다면서 '코로나 특별 장학금'이라는 걸 지급했습니다.

    대학생 한 명당 많게는 2백50만원 정도의 꽤 큰 액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학금을 주는지조차 몰라서, 받을 조건이 됐는데도 받지 못했다는 군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군청 공무원의 자녀들은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제보는 MBC 정동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보은이 고향인 대학생 김 모씨.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탓에 자취방 월세는 물론, 생활비까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알바 자리가 사라지면서 큰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김 씨/대학교 2학년]
    "코로나가 아니면 그 지역 대학가에서 알바 할 수 있는게 많은데 다 막히고 알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어졌죠."

    한 푼이 아쉬웠던 김씨는 지난해 말 보은군청에서 코로나19 특별 장학금을 줬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B학점 이상인 대학생에게는 200만원, A학점이면 250만원씩 줬다는겁니다.

    김 씨는 2년 간 줄곧 4.0, A학점 이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학금이 있는지 조차 몰라 애초에 신청을 못했던 겁니다.

    [김 모씨/대학교 2학년]
    솔직히 받을 수 있는 걸 못 받은 거니까 많이 아쉽죠.

    보은군청이 지난해 11월 말 군청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장학생 모집 공고문입니다.

    12월 초부터 보름간 신청하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공고들에 섞여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주민]
    "하물며 상품 이벤트를 해도 (홈페이지에) 팝업 공지를 하는데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팝업 공지를 하거나, 군에서 선거철되면 온갖 문자 알림 다 하면서 그런 것도 하지 않았고…"

    군정 소식지에도 장학금 지급 공고문이 한 번 실렸지만 아는 군민은 드뭅니다.

    [잡화점 주인]
    (대추골 소식지 안 보세요?)
    "네"

    [떡집 주인]
    "(소식지) 배달이 왔다리 갔다리, 어떤 때는 배달되고 어떤 때는 안되고…늦게 배달되고 이런 식으로 되니까…"

    군민의 대학생 자녀들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장학금이었지만 홍보가 부실하다보니 지급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읍내 상가 10여군데를 들러 물어봤지만 장학금을 받았다는 자영업자는 없었습니다.

    [식당 주인]
    "그거는 안 받았어요."
    (모르셨어요?)
    "네."
    (있는지도 몰랐어요?)
    "네…"

    [미용실 주인]
    "우리 애도 해당되겠더라고 보니까. 근데 몰라서 지나갔지. (접수 기한) 3일인가 지나서 알았는데 뭐…"

    보은 군민 10명 중 한 명이 가입해 있는 한 온라인 카페에도, 분통을 터트리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있었습니다.

    [주민]
    "부모 입장에서도 많이 힘이 든 상황에서 성적도 안되는 것도 아니고 성적도 좋은데 못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억울한 거예요."

    그런데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보은군청 공무원 13명의 자녀 17명이 장학금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선발된 전체 장학생은 178명.

    이중 10%가 군청 공무원의 자녀였던 겁니다.

    심지어 공무원 4명은 자녀 두 명 분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군청측은 어떤 비리도 없고 절차상의 문제점도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충북 보은군청 직원]
    "공무원들끼리 나눠 먹었다는 건 말도 안되는거고 그랬으면 뭐하러 밖에 홍보를 하고 그렇게 했겠어요?"

    그러나 장학금을 못받은 군민들은 화가 납니다.

    [주민]
    "이게 해 마다 줬던 돈이면 '에이 뭐 그럴 수있겠다.' '모르면 모르는 게 바보지' 이렇게생각할 순 있겠지만 홍보 자체만이라도 제대로 해서 50만원이든 1백만원이든 공정성 있게 갔어야죠."

    일부 군민들은 군청 공무원들이 자신이나 지인들만 장학금을 챙기려고 모집 공보를 일부러 대충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합니다.

    [주민]
    "그냥 정보가 빠른 군청에서 어쨌든 자기들이수혜를 가장 많이 받으려고 금액 자체를 좀 세게 받으려고 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런게 제일 크죠."

    100억원대 장학금을 관리하는 보은군민장학회의 이사장은 정상혁 현 보은군수.

    정 군수는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는 코로나19 특별 장학금 지급 사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장학회 운영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감사원은 보은군 장학금 운영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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