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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예약명 '왕건'…외식업 회장님의 수상한 부킹

[바로간다] 예약명 '왕건'…외식업 회장님의 수상한 부킹
입력 2021-02-02 20:38 | 수정 2021-02-0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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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고은상 기자입니다.

    골프장 예약을 할 때 실명 대신 특이한 가명을 쓰는 회장님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보통 가명도 아니고 박정희, 왕건 같은 최고 권력자 이름을 주로 쓴다고 합니다.

    확인해봤더니 주인공은 전국 42만 식당점주들이 가입하고 있는 외식업중앙회 회장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식당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회장님은 어떻게 골프삼매경에 빠질 수 있었을까요?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성의 한 골프장.

    쌀쌀한 날씨에도 4명의 남성들이 마지막 퍼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러운지 서로 손까지 부딪치고 돈을 정리합니다.

    여유롭게 골프채를 정리하는 이 남성,

    외식업중앙회와 공제회의 제갈창균회장입니다.

    [제갈창균/외식업중앙회장]
    "<최근에 코로나 19 때문에 식당 업주분들 많이 힘드시잖아요. 외식업 중앙회 회장님으로서 좀 골프 자주 나오시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 자주 안치는데요. 찍지마세요"

    외식업중앙회는 전국 42만 식당 주인들이 월 2만원 정도 회비를 내고 가입해 있는 국내 최대 직능단체입니다.

    중앙회에 고용된 직원만 1,300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하는 일이 좀 이상합니다.

    회원들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회원들에게 물건을 팔고 다닙니다.

    [외식업중앙회 가입 식당주]
    "(지역 담당) 외식업 중앙회 직원들이 있어요. 사장님 이거 (상조) 하나만 들어주세요. 근래에 들어서는 김치·고추가루·쌀까지 팔아요."

    상조 가입이나 신용카드도 끈질기게 권유합니다.

    [외식업중앙회 가입 식당주]
    "카드 신한카드인가 그걸 또 만들어달래. 내가 카드가 많은데 왜 또 만들어요. (직원들이) 중앙회가 전체적으로 어렵다, 하나라도 해가지고 보탬이 되자 그런 뜻으로 한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외식업 중앙회가 마치 다단계 회사처럼 일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MBC가 입수한 내부 문서.

    2013년부터 7년 동안 중앙회 직원들이 신용카드와 상조 상품을 얼마나 팔았는지 기록돼 있습니다.

    한 직원은 600명이 넘는 식당 점주들에게 카드를 만들게 했습니다.

    중앙회 전체로는 8만 2천 명에 달합니다.

    직원들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외식업중앙회 직원 A씨]
    "실적을 가지고 직원을 평가를 하니까..(회원들에게) 도움은 못줄망정 물건을 판매를 하라고 이런 식으로 (공문이) 내려오니까 창피하죠 직원들은 그래요 이게 영업사원이야 회원관리하는 직원이야 점점 이게 협회가 유통회사로 가려고 그러는건지."

    대신 실적이 우수한 임직원들에게는 카드사에서 매년 1억 원을 들여 해외 여행을 보내줬습니다.

    회장님에겐 더 특별 대우를 했습니다.

    [신한카드 임원]
    "<접대성 골프를 치셨다고 제보가 그런 들어왔는데?> 저희 제휴처니까 주말에 친목으로 그렇게 할 수 있죠."
    "<골프비는 다 어떻게 계산하셨어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러나 접대를 받을 땐 회장님도 조심한 듯 보입니다.

    이때는 특별한 가명을 쓴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외식업중앙회 전 임원 B씨]
    "중앙회장은 골프장에 가서 자기 이름을 안씁니다. '박정희', '왕건' 이렇게 쓰더라고요. <접대 골프 받을 때는 가명을 쓴다는 거죠> 그렇죠."

    코로나19로 회원들이 줄줄이 폐업을 계속하던 작년 한해

    제갈창균 회장은 최소 80차례, 날짜로는 100일 가까이 전국 각지의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카드사 외에도 사업 제휴를 맺고있는 보험사 등과도 수차례 골프를 쳤습니다.

    중앙회 내부에서도 회장님은 특별 대우를 받았습니다.

    경조비 등을 제외하고도 회장의 한해 기본 활동비만 1억 8천 만원에 달합니다.

    [외식업중앙회 직원 A씨]
    "저희 중앙회장급이면 웬만한 국회의원보다도 더 대우가 좋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저희들 흔히 얘기하는 음식대통령이에요."

    한해 150억 원의 예산을 쓰지만 불투명한 계약 등 돈 관리는 부실했습니다.

    [외식업중앙회 전 임원 C씨]
    "김00 전무이사하고 제갈창균 이사장하고 모든 업자들 만나는 것도 둘이서 알아서 하지이사들 부르고 공개입찰 한다든가 설명서 제안서니 뭐니 없어요. 인사권이나 예산권이나 감사권같은 다 갖고 있으니까 왕국을 만들어 놨어요."

    문제 제기는 원천봉쇄했습니다.

    이사회가 열릴 때면 녹취를 못하도록 임원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걷어갔습니다.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임직원 옆에는 회장과 가까운 직원을 발령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고 합니다.

    [외식업중앙회 직원 D씨]
    "(중앙회장) 본인이 말씀하시기를 속칭 안테나라고 그러잖아요. 단위 조직에서 하는 일을 직원들의 사생활 관계 이런 것까지 전부 속속들이 다 알아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제갈창균 회장은 외국인 인력을 알선해 수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기고, 직원들에겐 승진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고발을 당해 현재 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외식업 중앙회 측은 모든 회계는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직원들에 대한 감시와 보복인사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제갈창균/외식업중앙회장]
    "<직원들 서로 감시하고 보고받으셨다는 얘기도 있던데 인정하세요?>"
    "<왜 이렇게 직원들한테 상조나 카드상품들 많이 팔라고 시키시는 거에요>"
    "<돈 받으시거나 향응 받으신 거는 전혀 없으세요?> 전혀 받은 적 없습니다."
    "<회장님 저희 공식적인 입장 기다리겠습니다. 전화 주세요>"

    바로간다 고은상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윤병순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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