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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을 중의 을' 아파트 경비원…'갑질' 막을 대책은?

[집중취재M] '을 중의 을' 아파트 경비원…'갑질' 막을 대책은?
입력 2021-02-03 20:49 | 수정 2021-02-0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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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입주민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거나 온갖 모욕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비원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이런 극단적인 폭언과 폭행까지 할 수 있는 배경엔 당하고도 말할 수 없는 취약한 고용형태가 있습니다.

    정부가 입주민들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령을 5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김성현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했던 65살 최 모씨.

    일반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씨는 다른 경비원들을 관리하는 경비대장을 맡아오다 최근 사표를 썼습니다.

    전 입주자대표회장의 갑질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2년 동안 개인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했고, 고가의 골프복과 꿀까지 갖다 바쳐야 했다는 겁니다.

    [최 모씨/아파트 경비원 대장]
    "(회장이) '강남 가자, 구의동 가자, 문정동 가자' 그래갖고 내 차로 움직여 가면서…'옷 좀 사달라'고 해서 옷도 사주고 골프복.. '꿀 가져와라', 두 번 갖다 줬죠. 한 20만원 나갔어요. 안 갖다 주면 잘리니까."

    심지어 3백만원을 빌린 뒤 반 년동안이나 안 갚는가하면, 빵 값까지 뜯어냈고,

    [최 모씨/아파트 경비원 대장]
    "(회장이) '빵을 사오라'고 하면 자기가 돈을 줘야 하잖아요. '돈 좀 주시오'하니, 돈 없대요. '대장님 돈으로 사와라' 라고 하는거예요', 사오고. 이 짓거리를 내가 하고 있으니, 그냥 '빵 노예'죠. 그렇게 살아왔어요. 내가…"

    중국 음식점에 데려가서는 음식값을 덤터기 씌우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최 모씨/아파트 경비원 대장]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급 요리가 막 들어오고 그래서 난 그 양반(회장)이 계산할 줄 알았어요. 나한테 계산을 받길래 14만원 썼어요. 그거 9만원 바가지 한 번 더 쓰고 두 번을 썼어요."

    갑질을 했다고 지목된 전 입주자대표회장은 사실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전 입주자대표회장]
    "나는 작년에 다 (입주자대표회장직이) 끝났어요. 제 일이.. 저하고 관계 없는 일이니까 저하고는 연락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선 미등록 차량을 몰고온 입주민이 차단기가 열리지 않는다며 경비원들을 구타했습니다.

    [피해 경비원]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규칙대로 '안 됩니다' 했더니,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치고 얼굴에다 침을 다 뱉은 거예요."

    지난해 입주민으로부터 가혹한 폭행을 당한 경비원 최희석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광석/故 최희석씨 형]
    "우리 가족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고 겁이 나요. 그 사람이 (출소해서) 나와도 겁이 나고, 우리 가족들 다 위압감이 들어가지고, 우리가 이사가야 하는가…빨리…"

    많은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의 크고 작은 갑질을 그냥 참고 넘겨버립니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바로 잘릴수 있기 때문인데요.

    기간제 계약제라는 취약한 고용 형태가 첫번째 원인입니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의 갑질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판단하도록 한 현행 법령이 두번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전국 아파트 경비원 3천300여명 중 1년 이하 단기 계약은 94%, 3개월 짜리 초단기 계약도 무려 24%나 됩니다.

    현행 기간제법상 55살 이상은 한 직장에서 2년을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불가능한 탓에 평균 연령 66살의 경비원들은 단기 계약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경비원들의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나 특히 회장의 갑질을 대놓고 문제삼기 힘든 구조입니다.

    [윤 모씨/아파트 경비원]
    "재계약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그만둬야 해요. 그런 약점이 있으니까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가 하는 얘기로 '근무할 때, 나올 때는 간을 집에 떼어놓고 와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규약에 갑질과 부당 처우를 금지하는 공동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오는 5월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법에는 근본적인 허점이 있습니다.

    갑질을 한 당사자가 입주민인데, 갑질 신고를 받고 심사를 하는 곳 역시 입주민들의 모임, 입주자 대표회의로 돼있는 겁니다.

    [최 모씨/아파트 경비대장]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요. 입주자대표회장한테 (갑질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그거는 안 된다고 난 보고 있어요. 나를 좋게 보겠어요? 눈 밖에 나면 그만둬야 하는데, 경비는 힘도 없어요."

    이 때문에 갑질 신고와 심사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이나 공적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지영/직장갑질 119 변호사]
    "정부 차원에서든 또는 근로감독관을 통해서든 아니면 관리기관인 지자체를 통해서든 실질적으로 입주민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55살 이상은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된다는 현행 기간제법의 기준 연령을 완화하는 등,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근본대책도 필요합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 취재: 고헌주, 나경운, 윤병순 / 영상 편집: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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