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건물 옥상에서 광고판을 운영하는 한 광고 업체가 억울하게 회사 간판을 내릴 처지가 됐다는 제보를 해왔습니다.
땅 주인이 광고판 운영권을 넘기지 않으면 광고를 다 끊어 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건데요.
이런 겁박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게 이 땅의 주인이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장인이라고 합니다.
김수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에 있는 LG전자 건물.
직원이 5명가량인 한 소규모 광고대행사는 지난 2015년부터 이 건물 옥상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LG 전자 소유지만, 옥상 사용권은 땅 주인이 갖고 있어 월 임대료 2천5백만 원은 땅 주인에게 냅니다.
그런데 재계약을 앞둔 지난해 6월, 땅 주인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듣게 됩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
"(땅 주인이) 사업권을 달라, 그냥 우리한테 (옥상 광고) 허가를 양도해라…"
문제의 계약서를 살펴봤습니다.
계약 개시 두 달 안에 무조건 땅 주인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옥상 광고 허가권을 양도하라고 돼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고 생각했지만, LG 광고를 전부 끊어버리겠다는 말까지 듣고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
"(계약서) 도장 안 찍으면 LG에다 연락한대? 광고하지 말라고?"
[땅주인 측근]
"네, 그냥 통보하래요. 안 찍으면 그냥, 바로 거기서 오늘 그냥, 내일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변호사로부터 이 같은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김취영/변호사]
"(허가권을) 내놓지 않으면 어차피 너희 돈을 끊겠다, 그럼 사실 문을 닫으란 거거든요. 법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계약서가) 너무 이상하다라는 건 당연히 직감할 수 있는 거고요."
뒤늦게 계약서 내용을 문제 삼자 압박은 더 거세졌습니다.
당장 광고판을 철거하라는 내용증명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광고 계약도 해지될 거란 LG 계열사의 공문도 날아왔습니다.
허가권을 넘기라는 땅주인은 LG 그룹 구광모 회장의 장인 정 모 씨.
정씨 측은 대행사가 뒤늦게 계약을 문제 삼으며 무리하게 사업권 연장을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대료보다 더 많은 옥상 광고판 수입도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모 씨 측근]
"내 집에 와서 주인보다 때밀이가 더 먹고 있는데 누가 그 꼴을 봅니까? 회장님 덕에 먹고살았단 말이에요, 거기가. LG에서 100% 광고를 다 주니까 가만히 앉아서 돈만 센 거예요."
대행사 측은 강요와 압박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땅 주인 정씨를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대기업 총수 장인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옥상 임대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 나경운 /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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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수근
[제보는MBC] '광고 끊기 전에 넘겨라'…회장님 장인의 욕심?
[제보는MBC] '광고 끊기 전에 넘겨라'…회장님 장인의 욕심?
입력
2021-02-05 20:23
|
수정 2021-02-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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