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가 누구인지를 숨긴 채 대화를 주고받는 '랜덤 채팅' 앱이 성 범죄의 창구로 이용 되고 있습니다.
그 실태가 어떤지, 저희 취재진이 직접 가입을 해서 확인해 봤는데요.
20대 부터 중년의 회사원까지, 미성년자를 아무 거리낌 없이 유인해서
당당하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잡혔습니다.
김문희 기자가 '랜덤 채팅'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낯선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 '랜덤 채팅' 앱입니다.
검색창에 '랜덤 채팅'을 입력하니 무수히 많은 앱이 뜨는데요.
이 중에서 이용자 수가 많은 앱, 몇 개에 직접 가입해 보겠습니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문자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미성년자라고 소개했더니, 신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합니다.
'성적인 표현은 불법'이라는 경고 문구는 있으나마나입니다.
이때 한 20대 남성이 말을 겁니다.
대뜸 모텔을 가자고 합니다.
미성년자라고 했더니 '무인텔을 이용하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합니다.
이 남성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돼 가는데요.
먼저 가서 남성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잠시 후 손을 흔들며 나타난 20대 남성.
채팅 앱을 통해 여성들과 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당당히 털어놓습니다.
[20대 '채팅 앱' 남성]
"<미성년자라고 말을 해도 계속 연락 오고 이러더라고요.> 일단 얼굴이 안 보이잖아. 그러니까 더 당당한 거지."
그러면서 서둘러 모텔로 가자고 재촉합니다.
[20대 '채팅 앱' 남성]
"무인텔은 좀 걸어가야 있거든?"
취재 중인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기자]
"<채팅 앱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예요, 사실.>"
이 남성에겐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가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없습니다.
[20대 '채팅 앱' 남성]
"밖에서 풀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생각하면 (미성년자라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채팅창.
한 40대 남성이 보낸 문자입니다.
계속해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데요.
이 남성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낮 2시.
이 40대 남성은 회사에서 일하는 도중에 나와서 만나겠다고 말합니다.
잠시 뒤 청바지에 검정색 점퍼를 입고 나타난 이 남성.
대뜸 성매매를 대가로 얼마를 줘야 할지 묻습니다.
[40대 '채팅 앱' 남성]
"보통 한 15만 원 정도. 적나? 엄밀히 잣대를 대면 불법이 맞을 것 같은데 통상적으로 다 하잖아."
여성가족부는 랜덤 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고, 본인 인증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백남희/울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처음에는 (모르는 아이디로 대화를) 그렇게 주고받다가 그 다음에는 얼굴 사진 같은 거 (요구하고), '어느 학교야?'라고 물을 수 있고…"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는 1대 1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때론 함정 수사가 불가피한데, 관련 법 조항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명확치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관계자]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수사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죠. 현재 법이 없거든요."
그 사이 채팅 앱의 성범죄자들은 익명에 숨은 채로 미성년자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문희입니다.
(영상촬영: 우영호/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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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문희
"미성년자라도 괜찮아"…범죄 소굴된 채팅 앱
"미성년자라도 괜찮아"…범죄 소굴된 채팅 앱
입력
2021-02-10 20:32
|
수정 2021-02-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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