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경계를 넘어서 번지고 있습니다.
여느 온라인 게시판에도 '나도 피해자'라는 이른바 학폭 미투가 확산하고 있는 건데요.
누구는 "그 오래된 일을 왜 지금 와서 언급하냐"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입니다.
김수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한 30대 직장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중학교 때 자신을 때리고 금품 상납까지 요구했던 학교 폭력 가해자가 경찰이 됐다는 내용.
친구를 괴롭히고 시험지 답안까지 바꾼 그 아이가 경찰이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는 겁니다.
학창 시절의 기억 때문에 거리에서 10대 학생만 봐도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교 폭력을 당했던 사람들은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나서도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20대 직장인)]
"정신적으로 좀 힘들거나 시험준비할 때 이게 좀 잘 안 풀리고 그러면 그런(학교폭력 당하는) 꿈을 자꾸 꾸고 그래서."
당시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수 년째 치료를 받아도 피해자에게 상처는 깊게 남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정신과 치료도 받고 대학병원 응급실도 가고, 검사하고 얘가 그러더라고요. '(가해자를) 죽여 버리고 같이 죽겠다'고."
특히 유명인들에 대한 학폭 폭로가 계속되는 건, 사과는커녕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TV로 자주 접하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최희영/유스메이트 부대표]
"나는 아직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저 친구(가해자)는 잘못을 다 잊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잘 나가고 있다거나 했을 때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폭로하는 경우도 있고."
또, 요즘 젊은 세대들이 중요한 가치로 꼽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미투 운동에 이어 학폭 폭로로 옮겨간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그 배경에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법 집행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습니다.
다만 무차별적 폭로가 자칫 여론 재판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학폭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학폭은 범죄행위란 사실을 학창시절부터 교육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편집: 장예은)
뉴스데스크
김수근
"돈 뺏은 가해자가 경찰 됐다"…번지는 '학폭 미투'
"돈 뺏은 가해자가 경찰 됐다"…번지는 '학폭 미투'
입력
2021-02-16 20:22
|
수정 2021-02-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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