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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에 '무명녀'…죽은 뒤에야 이름 얻는다

사망진단서에 '무명녀'…죽은 뒤에야 이름 얻는다
입력 2021-02-19 20:20 | 수정 2021-02-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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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출생 신고도 없이 커 오다 친엄마한테 살해돼 사망 진단서에 '무명'으로 돼 있던 8살 소녀가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법률 검토를 해보니 사망했더라도 뒤늦게나마 친모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고 이제 '무명' 대신 행정상의 진짜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임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인천의 한 빌라에서 8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이가 죽었다고 신고한 친엄마가 범인이었습니다.

    [백 씨/친엄마]
    (아이나 아버지에게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

    숨진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8살이 될 때까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법적 이름이 없어 사망진단서엔 '무명녀'로 기록돼야 했습니다.

    [박혜미/이웃 주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아이로 있었다는 거 자체가. 아파도 병원에 못 가면 집에서 모든 걸 견뎌냈어야 하니깐"

    담당 검사는 이제라도 아이에게 법적 신분을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김준성/인천지검 담당검사]
    "검사이기 전에 한 딸아이의 아빠로서 이 아이가 이름도 없이 갔다는 게 마음이 너무나 아프더라고요. 이름을 해주는 게 가장 큰 지원이 아닐까…."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아이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검사나 지자체장이 신고할 수 있지만 피해 아이가 이미 숨져 대신 신고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친아빠 역시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상황.

    결국, 친엄마가 직접 딸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설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엄마는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원칙대로라면 아이를 전 남편의 호적에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친엄마는 자신의 성을 따 딸의 이름을 짓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최근 검찰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고 즉시 신고가 되는 건 또 아닙니다.

    친엄마가 구치소에 있는 만큼, 검찰은 대리 신고가 가능한지 법리적 검토를 하는 한편 관할 구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8살 아이의 짧은 삶은 세상에 기록되기도 이렇게 어려웠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김태효/영상편집: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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