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남편의 안타까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36살의 아내가 대학병원에서 암진단을 받고 독한 항암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는데, 다른 병원에서 암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는 겁니다.
해당병원은 여전히 오진이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정말 오진이라면, 이 부부의 잃어버린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정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앙상한 뼈만 남은 다리.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여기저기 부딪히다 생긴 시커먼 멍 자국들.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난 36살 아내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첫 아이를 출산한 아내는 설사가 끊이지 않고 몸이 자꾸 부어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담당 교수는 혈액암 초기라고 했습니다.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아직 젊고 초기니, '항암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들어서 크게 걱정을 안 했던 것은 있었어요."
하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말과 달리 아내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계속 설사하고 계속 살은 빠지고 근육이 없으니까 제대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지를 못한 거죠."
별 차도가 없자 교수는 1번에 600만 원이 드는 신약을 써보자고 했습니다.
4번을 맞았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자 아내는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게 됐고, 몸무게는 37kg이 됐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혈액암이 아닌 EB 바이러스 감염증 및 거대세포바이러스라는 다른 진단이 나왔습니다.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항암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었어야 되는데 너무 독한 것을 넣어서 바이러스는 안 죽고 몸에 있는 면역력이 깨졌다."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지금으로선 치료하기 힘들 것 같다. 그때 처음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죠."
답답한 마음에 예전 병원을 찾았지만 담당 교수는 여전히 혈액암이 맞다며 오진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혈액암 진단' A병원 교수]
"저희 내부 결론은 아니다, 우리가 맞다라고 나왔어요. 사실은 저희도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혈액암이 아니라는 병원조차 "의료진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오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1년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와 아이 돌봄 비용에 남편은 결국 집도 옮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 아이가 태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 아내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연을 올렸습니다.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직장다니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빠지다 보니까."
[혈액암 진단 환자 남편]
"잘못했으면 인정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정말 계속 아니다 아니다라고만 하니까 답답하네요."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윤병순 / 영상편집: 오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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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상빈
"'혈액암 오진'에 아내 숨져"…"진실 알고 싶다" 청원
"'혈액암 오진'에 아내 숨져"…"진실 알고 싶다" 청원
입력
2021-02-20 20:26
|
수정 2021-02-2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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