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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덮친 붉은 화염에 뜬눈으로 밤샘 대피

마을 덮친 붉은 화염에 뜬눈으로 밤샘 대피
입력 2021-02-22 20:05 | 수정 2021-02-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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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주말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토요일인 20일 오후, 강원도 정선에서 시작된 산불은 임야 12헥타르를 태운 뒤 열 여덟 시간 만에 꺼졌고,

    어제 오후 들어서는 경북 안동과 예천, 경남 하동, 충북 영동, 또 충남 논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 했습니다.

    소방·산림 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오늘 오후 12시 40분쯤, 안동·예천 산불 진압을 마지막으로 일단 상황은 종료가 됐습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430개 면적의 산림이 사라진 안동·예천 상황부터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거센 불길과 연기가 밤새 도로와 민가를 위협 하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먼저 이호영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안동 산불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남짓.

    야산을 태우고 도로까지 내려온 불길이 도로 양옆을 에워쌉니다.

    인근 마을은 노란 화염에 파묻혔습니다.

    비슷한 시각, 예천에서 시작된 산불은 무서운 속도로 영주까지 덮쳤습니다.

    "어어, 야 난리 났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치솟는 불길.

    안전펜스마저 태운 뒤 도로 아래까지 불꽃을 내뿜습니다.

    "저거 진짜 큰일 났다. 저건 바람 불면 불꽃 날아가는데…"

    해가 지고 진화 헬기마저 철수하자 불길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아 탄내 나. 탄내 진짜"

    온 산을 뒤덮은 불씨는 무섭게 번쩍이고, 도로 옆 민가는 숯덩이가 됐습니다.

    마을을 빙 둘러 에워싼 불길.

    시뻘건 불티는 폭죽처럼 터져 올랐습니다.

    차에 탄 운전자들도 바깥 광경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이거 용암 (끓는 거) 아냐, 용암."

    다급한 마을 주민들은 슬리퍼만 신은 채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지난밤, 집을 버리고 대피한 주민은 740여 명.

    [김석자/안동 주민]
    "벌벌 떨려서 멍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어. 벌건 불덩어리가 동네를 막 덮어 치려고 하고 (집에) 있지도 못해 겁이 나서…"

    이런 산불은 평생 처음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김정희/안동 주민]
    "생전 처음 보고 쫓겨서 왔다갔다하고, 난리 났어요. 어제, 불이 이만한 게 (하늘로) 올라가고…"

    주택 뒤 야산으로 번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이곳까지 날아와 장작더미를 모두 태웠습니다.

    창문은 강한 불길에 깨졌고 외벽은 모두 그을음 투성입니다.

    [김호진/안동 주민]
    "훨훨 탔어요, 양옥이라서 그렇지 한옥이나 초가같으면 절단났지 뭐요."

    이틀 동안 축구장 430개 넓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안동·예천 산불은 21시간 만에 모두 잡혔습니다.

    경찰은 성묘객이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MBC뉴스 이호영입니다.

    (영상취재:임유주, 최재훈 / 영상제공 : 권오섭 서준혁 임하영 강성룡 류필기 송봉순 조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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