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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작업 해방?…택배사 '꼼수'에 합의문 무용지물

분류 작업 해방?…택배사 '꼼수'에 합의문 무용지물
입력 2021-02-22 20:20 | 수정 2021-02-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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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작년 한 해 과로로 숨진 택배 노동 자가 16명 입니다.

    과로사를 줄이기 위해 택배 회사와 정부가 택배 분류하는 인력 6천 명을 투입하기로 합의 했고 택배 회사의 대표는 대책을 공개 발표까지 했습니다.

    이 합의와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저희가 현장을 확인해 봤더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택배가 도입된 지 28년 동안 공짜 노동으로 일해왔던 분류 작업으로부터 택배 노동자들이 완전히 해방되고, 벗어난 날.

    한 달 전, 정부와 택배 노사가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과로의 원인이던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 6천 명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새벽 6시 20분 택배 노동자 권두선 씨가 집을 나섭니다.

    7시에 출근해 두 시간 동안 택배 분류작업을 이어갑니다.

    사회적 합의가 나왔지만, 달라진 게 없습니다.

    [권두선/CJ대한통운 택배기사]
    "지금 보시다시피 또 7시까지 저희가 나가서 그대로 분류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아직까지도 저희는 바뀐 것이 없다."

    권 씨가 일하는 터미널에는 별도 분류인력 35명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전 9시나 돼야 출근합니다.

    인건비를 아끼겠다며 분류인력 투입 시간을 줄인 겁니다.

    정작 바쁜 시간에는 분류 인력이 없습니다.

    근처의 또 다른 CJ대한통운 터미널은 별도 분류인력 37명을 투입했습니다.

    MBC가 37명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37명 중에 대리점 사장들과 사무직원이 19명, 절반이 넘습니다.

    CJ대한통운이 분류인력 투입비용 5백억 원 중 절반 가까이를 대리점 사장들에게 떠넘기려 하기 때문입니다.

    대리점 사장들은 인건비를 아끼려고, 자기 이름을 명단에 올렸습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사장]
    "회사에서 주는 돈 가지고는 턱도 없고. 그래서 대리점 사장들이 죄다 나와서 하고 있어요, 지금 그 짓을."

    그러니 제대로 분류작업을 할 리가 없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원래 하시던 거 하시죠. 와서 사람 보고, 찾아다니고, 돌아다니고,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이야기하고."
    (출근은 어떻게?)
    "안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죠."

    정부는 현장 점검 결과 합의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일까?

    CJ대한통운이 대리점 사장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점검이 나온다. 꼭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돼 있습니다.

    심지어 분류 인력이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곳도 아직 많다고 합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대리점에 분류 인원이 투입된 게 있습니까?)
    "분류 도우미요?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밤 10시 넘어 심야 배송도 여전합니다.

    [강준원/롯데택배 기사]
    "저희는 CJ랑 다르게 배송 구역이 넓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구역을 줄이자니 돈이 지금도 안 되는데, 더 안 되니까…"

    설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목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한 명이 또 쓰러졌습니다.

    그는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이준하,이주혁,강재훈/영상편집: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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