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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장학금 주고 스마트폰 줘도…"지방대는 안 간다?"

[집중취재M] 장학금 주고 스마트폰 줘도…"지방대는 안 간다?"
입력 2021-02-24 20:48 | 수정 2021-02-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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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비수도권 대학은 신입생 받는 게 갈수록 어렵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 때문에 졸업생은 더 적습니다.

    졸업해서 취업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고 뭣보다 출산율이 줄면서 올해부터는 대학의 입학 정원보다 지원자가 더 적은 역전 현상이 시작된 겁니다.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비수도권의 대학들,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대학교 4학년 김외정 씨는 데이터 분석 쪽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졸업을 해도 취업은 막막합니다.

    [김외정/경남대 4학년]
    "친구들은 취업자리가 여기는 있어 봐야 알바 밖에 못하니까 '좀 직업다운 직업을 찾고 싶다'고 다른 지역으로 다들 가더라고요."

    이런 실상은 신입생 감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남대의 올해 정시 경쟁률은 1.38 대 1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

    물리치료학과나 간호학과 같은 일부 인기 전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학과가 미달입니다.

    [경남대 관계자]
    "0.5 대 1도 있고… 인문 계열이 1 대 1이 잘 안 됩니다."

    지역 거점대학교인 국립 부산대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작년에만 모집인원 10명 중 8명이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재학생은 학교를 다니다가도 떠납니다.

    [장윤수/부산대 학생]
    "(부산에는) 취업할 수 있는 그런 회사들이나 기업들이 잘 없고 아무래도 지방 대학보다는 수도권 대학들이 좀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2의 도시 부산이라지만 졸업 후 취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한성 교수/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부산대 학생들 다 잡고 물어봐도 '부산에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니' 하면 참 답하기 애매하죠. 거의 없습니다.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다 가버린 상황이니까, 인재가 없으니까 기업도 안 오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부산 경남 지역 학교들의 취업률은 수도권 4년제 대학의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신입생에 해당하는 만 18살 학령인구마저 급감하면서 위기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학에 가려는 사람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은 이미 올해부터 시작됐는데요.

    3년 뒤에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신입생이 12만 명 넘게 부족할 걸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구 변화로 인한 위기는 지방대에 먼저 집중돼, 올해 지방대 정시 경쟁률은 2.7 대 1로 수도권 대학의 4.8 대 1의 절반 수준입니다.

    3년 뒤인 2024년이면 지방대 세 곳 중 한 곳은 전체 정원의 70%도 못 채울 거란 전망입니다.

    [김한성 교수/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걸리기만 수도권 대학에, 어느 대학이라도 수도권에 걸리기만 하면 (가려고 하죠.)"

    이러다 보니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는 첫 학기 등록금 100%를 장학금으로 준다며 신입생을 모집하고, 창신대는 모든 신입생에게 아예 1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지방대 관계자]
    "뭐라도 해야 되잖아요.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일종의 몸부림이라고 보시면…"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친 수도권 쏠림 현상이지만, 구조조정과 통폐합 등 시급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학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고, 교육부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

    경기도 화성의 한 4년제 대학교.

    교육 여건과 취업률 등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7년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OO대 졸업생]
    "제 동기들은 반 이상은 나갔거든요. 다른 학교들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지원이 굉장히 많은데 저희는 직접 다 스스로 하다 보니까 애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요."

    비슷한 실정의 21개 대학이 작년에 부실판정을 받았지만 8곳은 재평가를 통해 구제됐고, 나머지도 별다른 제재를 받진 않았습니다.

    정원을 줄이든지 통폐합을 하든지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은 없었습니다.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과]
    "경쟁력을 올릴 수 있게 통폐합 하든가 혹은 다른 재정을 더 지원한달지 이런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 지방대 몇 개가 고꾸라지면 그걸 국립대가 흡수를 하든 폐교를 시키든 일단 좀 보자, 그냥 수수방관하는 느낌이…"

    지방대 간 통합이나 지방 국립대의 등록금 폐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대신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공영형 사립대 확대 등 필요한 논의는 모두 제자리걸음입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절대 사립대학들은 문을 닫지 않아요. (구조조정은) 필요하느냐는 문제를 떠나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여지고 있어요."

    지방대의 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이 한계상황에 다다른 만큼 지방대의 위기가 더 악화 돼 지방의 위기로 전이되기 전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시급해졌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전승현, 이주혁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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