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다음 주면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
이제 학생이 되는 초등학교의 신입생들 벌써부터 설렐 겁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이 신입생들한테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그리고 필요 없는 사람" 이렇게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당혹스럽고 황당한 안내문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김수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이가 올해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40대 직장인 A씨.
얼마 전 가정통신문을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사랑하는 1학년 어린이들!'이란 제목으로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필요 없는 사람"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면서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라고 묻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친구들을 믿는다"고 적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학교에서 낙오되는 건 아닌지, 엄마는 덜컥 겁부터 났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저희 애는 좀 수줍음이 많고 표현 잘 안 하는 아이고 소극적인 아이여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교사가 그 학교에 있다는 자체가 저는 좀 소름끼치고"
유별난 엄마로 찍힐까 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제 번호가 뜰 수도 있고, 애한테 해가 갈 수도 있고… 전화는 섣불리 못하겠고… 저만 이상한 엄마가 될 거 같아서."
문제의 통신문은 1학년 입학생 190여 명 전체에게 보내졌는데 학부모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학생도 저런식으로 나누는 거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최수일/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너는 필요한 사람이 되라, 네 친구는 안 그럴 수 있다'는, 아이들 사이를 처음부터 갈라놓는 그런 의식을 심으려 하는 것 같아요."
문제가 확산 되자 학교는 해당 공지를 당일에 바로 삭제하고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학교를 찾아가서 왜 이런 문구를 썼는지 물었습니다.
전체 맥락은 사람을 구분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소중하다는 뜻이었다고 항변합니다.
[초등학교 관계자]
"약간 민감성이 떨어졌다는 건 인정하죠.' 모두 다 소중한 사람이 됩시다' 이런 뜻이었는데, 기자님도 그렇게 읽히지 않으셨어요?"
학교 측은 해당 공지 작성에 책임이 있는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이주혁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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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수근
[제보는 MBC] 필요없는 사람 될래?…동심 멍들게 한 가정통신문
[제보는 MBC] 필요없는 사람 될래?…동심 멍들게 한 가정통신문
입력
2021-02-26 20:10
|
수정 2021-02-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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