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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택배비에 숨겨진 검은 돈…과로사 부르는 '백마진'

[집중취재M] 택배비에 숨겨진 검은 돈…과로사 부르는 '백마진'
입력 2021-03-02 20:51 | 수정 2021-03-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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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농협이 농민들 대신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 하면서 택배 회사로부터 '뒷돈'을 챙기고 있는 실태, 어제 보도해 드렸습니다.

    이 뒷돈을 업계에서는 '백 마진'이라 부릅니다.

    택배 요금이 2천 5백 원이라고 했을때 30%를 택배를 의뢰한 회사에 '백 마진'으로 챙겨주고 나면 택배 기사의 몫은 7백원 정돕니다.

    이 '백 마진'의 실태, 먼저, 이문현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입니다.

    평일 오전 이른 시각.

    벌써부터 쇼핑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실은 사람들이 여러 명입니다.

    그런데 같은 물건만 수십 개씩 담겨있습니다.

    문에 거는 옷걸이, 선반, 배게, 인형까지..

    이들은 이케아 구매대행 업자들입니다.

    이케아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인터넷으로 되파는 사람들입니다.

    얼마에 되팔까?

    이케아에서 5,900원에 파는 옷걸이.

    그런데 인터넷 가격은 대부분 더 저렴합니다.

    심지어 4,600원에 파는 곳도 있습니다.

    5,900원에 사서 더 싸게 팔면 손해보는 거 아닐까?

    아닙니다.

    구매 대행 업자들은 다른 데서 이윤을 남기고 있습니다.

    바로 택배비입니다.

    [이케아 구매대행 업자]
    "상품 하나에서 많이 남으면 1천 원이고, 아니면 5백 원 남고. 저도 여기 와서 보면 사람이 점점 많이 늘어나요."

    택배비는 보통 2,500원에서 3,000원 정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소비자들이 내는 가격입니다.

    판매업자들은 더 싸게 택배를 보냅니다.

    한 택배사의 요금표.

    한 달에 500개까지는 택배비가 2,500원이지만, 5만 개가 넘으면 1,600원만 내면 됩니다.

    옷걸이를 5,900원에 사서 5,590원에 판매하는 사업 자.

    택배비로 따로 3,000원을 받습니다.

    실제로 내는 택배비를 1,600원 정도로 보면, 택배비에서만 1,400원이 남습니다.

    물건은 손해보고 파는 것 같지만 결국 택배비로 회수해, 1,090원 이익입니다.

    [인터넷 쇼핑 판매업자]
    "1만 개 이상 보내는 경우 1,760원에 보낼 수 있는 거고, 얼마만큼 집하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대형 쇼핑몰들은 택배비가 더 쌉니다.

    한 택배 노동자의 물량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개인이 보낸 택배는 2,500원.

    반면 대형 쇼핑몰이 내는 택배비는 훨씬 쌉니다.

    경추 베개는 1,700원, 두유는 1600원, 서점에서 보낸 책은 1,419원 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받는 택배비가 2,500원에서 3,000원이니까, 그 차액만큼 택배비로도 돈을 벌고 있는 겁니다.

    택배사들이 대형 쇼핑몰을 잡기 위해 할인해주는 돈.

    이걸 업계에서는 백마진이라고 부릅니다.

    [택배 노동자]
    "솔직히 1,500원이 말이 안되는 운임료거든요. 따지고 보면 고객 주머니를 착복하는 거죠."

    심지어 택배비를 아예 현금으로 쇼핑몰에 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의 통장입니다.

    매달 같은 날짜에 한 쇼핑몰 사장에게 수십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이 돈은 뭘까?

    택배 한 건당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에게 입금하는 돈은 9백원

    하지만 택배 노동자는 그 중 2백원을 다시 쇼핑몰 사장에게 보내줍니다.

    현금 백마진입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이 한 달 택배비로 1천만 원을 지출했다면, 그 중 70만 원은 다시 현금으로 가져갑니다.

    택배 노동자의 통장을 이용한 리베이트.

    탈세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는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
    "'그게 불만이면 하지마.' 배송지역을 줄이고, 집하를 해야 부가적인 수익이 발생되는데, 그 수익을 차단하는 거죠."

    지난해 택배 물량 33억7천만 개 가운데 90%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왔습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런 식으로 챙겨간 백마진은 2조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MBC뉴스 이문현 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김백승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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