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김문희 기자입니다.
바닷가 방파제에서 낚시도 하고, 쉴 수 있도록...
지자체마다 수십 억원을 들여 친수공간이라는 걸 만들고 있는데요.
정말 관광객들이 즐길만한 곳일까요?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울산 장생포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거리,
시원하게 뻗은 울산신항의 남방파제가 나타납니다.
길이만 2.1킬로미터, 4천1백억원을 들여 완공했습니다.
배에서 내린 낚시객들이 장비를 챙겨 하나둘씩 방파제로 올라갑니다.
이 방파제에는 국내 처음 '친수시설'을 조성해 지난 2010년부터 개방됐습니다.
방파제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바다를 즐길 수 있게 꾸며놓은 겁니다.
테라스 구조로 만든 공간에선 바다 한 가운데로 낚시줄을 드리울 수 있고,
매점과 휴게실에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낚시객/부산진구]
"화장실도 많이 있고, 매점도 있고 해서 좀 편해요."
낚시하는 곳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이 바다를 향해 뻥 뚫려 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난간 형태였지만 강풍에 뜯겨서 기둥 몇 개만 위태롭게 남아있습니다.
기둥이 통째로 뽑힌 곳은 성인 몸이 빠질 정도로 틈이 크게 벌어져 있고요.
그나마 붙어 있는 기둥도 이렇게 휘어져서 언제 뽑힐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낚시객/울산 남구]
"가드레일이 다 파손됐잖아요. 저쪽도 마찬가지고. 여성분이나 아이들은 좀 위험할 수 있겠습니다."
방파제 바로 뒷편,
자리에 편히 앉아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
계단식 블록 곳곳에는 이렇게 균열이 나 있는데요.
금이 난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이렇게 블록이 뒤틀려서 단면이 어긋난 현상까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낚시객]
"동방파제 한번 가보세요. 거기는 아예 펜스가 없어요. 자리 싸움도 치열하고 오히려 안전사고 위험은 거기가 더 있죠."
2004년에 개방된 울산신항의 동방파제로 가봤습니다.
철제 난간을 지탱하던 줄이 끊어져 거의 쓰러져 있습니다.
낚시를 하는 시민들 뒤로 철제 난간이 무너져 내려와 있는데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무방비 상태입니다.
방파제 화장실을 살펴봤더니 쓰레기에 파묻혀 도저히 이용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낚시객]
"<화장실 있어요, 여기?> 여긴 없어. 저 끝에, 저 끝에 화장실이 있는데 문도 없고..."
관리를 맡은 해양수산청은 작년 태풍 피해로 시설이 망가졌다고 해명했습니다.
[울산해양수산청 항만건설과]
"태풍 '하이선'하고 '마이삭' 때 일부 파손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그 (방파제 보강) 공사 시행할 때 같이 보수를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설치나 관리에 특별한 원칙이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지난해 완공된 울산신항 북방파제입니다.
여기에도 '친수시설'을 설치했는데, 보안을 이유로 출입은 막고 있습니다.
당장 이용도 못할 시설을 일찌감치 만들어놓고 방치해두고 있는 셈입니다.
[울산해양수산청 해양수산환경과]
"몇 월에 몇째 주에 (청소)한다는, 정해진 그런 게 없어요. 봐 가면서 저희가 가서 이렇게 청소하든지..."
포항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유행처럼, 방파제에 예산을 쏟아부어 '친수공간'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곳곳에서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문희입니다.
(영상촬영: 우영호/울산 , 영상편집: 김설화·천난영/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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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문희
[바로간다] 방파제를 관광지로?…수십억 들였는데 흉물만
[바로간다] 방파제를 관광지로?…수십억 들였는데 흉물만
입력
2021-03-04 20:36
|
수정 2021-03-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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