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변창흠 장관은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또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 목적은 아니었을 거라는 취지입니다.
과연, 그런지 여러 증거 중, LH 직원들 땅에만 심어진 측백나무를 통해서 정말 투기가 아닌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준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년 전 LH 직원 5명이 함께 공동구매한 시흥 신도시 예정지의 땅입니다.
땅을 사자마자 30센티미터 키의 작은 측백나무들을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1미터도 채 안 됩니다.
이 광경을 처음 본 주민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고 합니다.
저렇게 빽빽하면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근문/주민]
"농사짓는 사람은 3m, 4m 간격으로 심죠. 그래야 이게 멀수록 나무가 실하게 크거든."
나무를 이렇게 빽빽하게 심은 이유가 있습니다.
나무가 많을수록,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신도시로 지정되면, 토지주택공사가 법에 따라 땅을 수용합니다.
그 때 땅값만 쳐주는 게 아닙니다.
나무값도 쳐줍니다.
은행나무가 가장 비싸고, 오동나무, 편백, 측백나무도 꽤 비싸게 쳐준다고 합니다.
나무 가격과 나무를 옮겨 심는 가격 중에 더 싼 값으로 보상해주는데, 일단 보상부터 받고 나중에 나무를 되팔아 또 돈을 벌기도 합니다.
[전직 공공기관 보상담당자]
"그럼요. 보상비 받고 묘목 팔고 그러는 거지. 왜? 내가 다시 심으려면 땅도 임대를 받아야 하고 아니면 사야 되고 또 인건비 더 들어가야 되고."
실제로 이런 식으로 신도시 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까지 있습니다.
업자는 최대 5배 남는 장사라고 말합니다.
[묘목업체]
"토지에 그냥 놔두면 없으니까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무를 심느냐 안 심느냐 그 문제죠. 100만 원 투자를 하시면 2~3배 이상은 나옵니다. 많이 나오면 4~5배까지 나올 수 있고요."
이처럼 나무를 빽빽하게 심는 투자법은, 민간 개발 예정지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공공이 수용할 때만 이런 투자법이 통합니다.
땅을 산 LH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이런 보상 규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신도시 지정을 노리고 땅을 샀다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시흥 신도시 예정지 안에 있는 허름한 건물.
LH 직원 장 모 씨는 여기로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겨놨습니다.
하지만 만나기는 힘듭니다.
[LH 직원 집 세입자]
(장OO씨 아세요?)
"네 건물주예요. 건물주. 일주일에 한두번 오고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에 온 적 있고."
주소지를 옮겨 놓으면, 나중에 신도시 개발 때 LH가 택지를 줍니다.
역시 공공이 수용할 때만 통하는 투자법입니다.
주민들은 LH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염명자]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하는 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신도시에 투자하는 건 메리트, 즉 득 될 게 없는 바보짓이라던 변창흠 장관의 발언.
변 장관은 오늘 저녁 뒤늦게 "투기 행위를 두둔한 것처럼 비춰지게 된 점은 저의 불찰"이라며 사실상 사과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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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준희
LH 직원들의 '木 테크'…"수용되면 수익률 500%"
LH 직원들의 '木 테크'…"수용되면 수익률 500%"
입력
2021-03-05 19:56
|
수정 2021-03-0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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