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어서 오늘 이 뉴스 전해드리겠습니다.
공사 현장마다 흔히 걸려 있는 안전 표어.
그런데, 부산의 한 공사 현장에 민망하고 낯 뜨거운 안전 표어가 내걸려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자극적인 문구 옆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여성과 5만 원권 돈뭉치가 그려져 있습니다.
부산의 한 공공건물 공사 현장에 내걸린 안전 표어입니다.
이 사진이 퍼져나가자,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표어다",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조합 측은 "안전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위험한 표어"라고 지적했는데요.
[전재희/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 실장]
"(건설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나 모순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이 없이 너의 잘못이고 네가 똑바르지 않아서 사고 난 거니까 네가 알아서 책임져라…"
노동자의 인권이 무시당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전재희/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 실장]
"(사측 관계자들은)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야 현장에서 알아듣는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도) 인권이 있고 안전 의식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고려 없이…"
여성 비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단/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부인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는 소유물로 해석을 했는데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건설 현장에) 여성 노동자도 존재하는데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성차별적인 (표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문구가 건설 현장에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과 2019년에도 아파트 공사 현장에 등장해 논란이 됐는데요.
건설 업체들은 왜 이런 표어를 사용하는 걸까?
조합 측은 '내심 건설 노동자를 하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재희/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 실장]
"(건설 노동자도) 존중받아야 될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고려나 인식이라는 것 없이 그저 사고가 안 나게끔 해야 되는 것만 (생각하는 거죠)"
논란이 확산되자 건설 업체 측은 해당 안내판을 바로 철거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문화를 재점검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며 사과했습니다.
오늘 이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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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오늘 이 뉴스] "사고 나면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선 넘은 표어
[오늘 이 뉴스] "사고 나면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선 넘은 표어
입력
2021-03-09 20:42
|
수정 2021-03-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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