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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수사 때도 '국선 변호' 하자는데…변호사 반발에 지지부진

[집중취재M] 수사 때도 '국선 변호' 하자는데…변호사 반발에 지지부진
입력 2021-03-09 20:49 | 수정 2022-12-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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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수사든 재판이든 형편이 어려워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할 때 법원에서 국선 변호인을 구해 줍니다.

    그런데 구속이 되거나 재판에 넘어가야만 국선을 선임할 수 있다보니 제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 시작 때부터 도움 받을 수 있는 공공변호인제를 도입하자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러 걸림돌이 있습니다.

    오늘 이 문제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이재욱 기잡니다.

    ◀ 리포트 ▶

    한 시내버스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앞서 가던 승용차의 급정거에 놀란 버스기사가 승용차 옆으로 다가가 잠시 항의합니다.

    그러자 버스 앞을 가로막은 뒤, 차에서 내리는 승용차 운전자.

    출발하려는 버스를 연거푸 막아서더니, 번호판을 찍고서야 물러섭니다.

    도로 상의 일상적인 시비 정도로 넘겼던 버스 기사는, 이후 경찰서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승용차 운전자의 고소로 '특수협박죄'가 적용된 겁니다.

    [최관석/시내버스 기사]
    "저는 '아니다' 항변을 해 보았지만, 경찰관 쪽에서는 계속 '사람이 앞에 있는데 차가 움직였기 때문에 이거는 특수협박에 해당된다'.. 진실을 얘기하면 그게 관철이 된다고 저는 생각을 했는데‥"

    법률 지식에 어두운 버스 기사는 노선대로 운행하려 한 것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벌금형에 처해지자, 억울한 마음에 정식재판을 요구했고, 그제야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배정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협박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 변호 덕에 가까스로 무죄를 받아냈습니다.

    [박선영/최관석 씨 국선 변호인]
    "객관적으로 (범죄) 구성요건 성립을 막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효과적이지 못하게 해명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변호인이 선임돼) 그런 부분이 미리 수사단계에서 만약에 해명이 됐다면 굳이 기소되어서 고통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선변호인은 이미 수사가 한창 진행돼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사람에게만 도움을 줍니다.

    이런 혜택을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제공하자는 게 바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와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자백한 경우도 많았지만, 변호인의 도움은 꿈도 꾸기 어려웠습니다.

    [윤성여/'이춘재 8차 사건' 누명 피해자(2019년)]
    "세뇌를 시키다 보면 사람은 이게 자기가 안 해도 겁먹으면 스스로 이게 진술이 나오더라고. 3일동안 잠을 못 잔 것 같아요. 아‥ 그것은 솔직히 말해서 악몽 같은 세월이에요."

    극단적인 수사 관행은 거의 사라졌지만,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한 번 왜곡되면 법정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최운희/국선전담변호사]
    "수사기관은 (범죄 구성) 요건 사실에 맞춰서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일반인인 피의자들은 저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 질문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답변을 해야 되는지 이런 걸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김대근/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장]
    "영화를 보시면 수사기관이 항상 그러잖아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수사단계에서부터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매우 의미 있는 제도.."

    선진국들은 공공변호인제 운영이 활발합니다.

    미국에선 주 정부별로 '퍼블릭 디펜더'가 피의자를 보호하고,

    영국은 정부와 변호사협회가 함께, 일본도 정부, 법원, 변호사협회가 독립 법인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변호인제 도입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았고, 2년 전 법무부가 법안도 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가 일감을 가져가려 한다'는 변호사 업계의 반발.

    변호사업계는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없애면 된다는 입장이고, 범죄자보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부터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한규/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한정된 예산을 분배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될 것이 살인·성폭력 등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인권이냐, 아니면 아직도 보호가 굉장히 미약한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냐."

    공공변호인제의 운영 주체도 논란입니다.

    현행 국선변호인은 법원이 제공하는 반면, 공공변호인제는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검경을 통해 수사를 하면서, 동시에 피의자를 변호하는 건 모순이란 지적입니다.

    [성중탁/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을 제도로 두고 있는 법무부에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사받는 게 억울할 수 있으니까 도와주겠다는 그 자체가 모순적일 수 있고요."

    법무부는 지난해 대법원, 대한변협 등과 함께 국선변호인제도를 수사단계부터 일원화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허원철 /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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