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지윤수

정규직이 갇히면 '꽃다발 위로'…청소노동자는 해고?

정규직이 갇히면 '꽃다발 위로'…청소노동자는 해고?
입력 2021-03-10 20:29 | 수정 2021-03-10 21:53
재생목록
    ◀ 앵커 ▶

    화장품 회사, 아모레 퍼시픽은 본사 직원이 승강기에 갇히면 진정 하라면서 건물 관리 업체가 초콜릿도 주고 꽃다발도 준다고 합니다.

    미담 기사로 다룰 만 하죠.

    그런데 이 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가 화물용 승강기에 한 시간 정도 갇혔는데 초콜릿은 고사하고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사과를 요구하자 오히려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일까지 그만 두게 했습니다.

    처음 들어 보는 승강기 사고 차별, 지윤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세워진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세계 굴지의 건축상을 잇따라 받을 정도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 구석진 곳에 공포의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타기가 두려워 퇴사한 직원이 있을 정돕니다.

    "문이 안 닫힐 때가 있었고, 막 쿵쿵 하면서 움직이기도"

    일명 '3번 코어 화물승강기'.

    이 엘리베이터는 짐을 나를 때나 주로 청소 노동자들이 이용합니다.

    작년 4월부터 다섯 달동안 확인된 사고만 9번, 청소 노동자 윤연옥 씨도 작년 7월 이 엘리베이터에 갇혔습니다.

    밤 9시, '쿵'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승강기가 5층에서 갑자기 멈춘 겁니다.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윤연옥 씨/청소 노동자]
    "주저앉아 있다가 서있다가 불안하니까 무서우니까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떨어지면 죽잖아요."

    구조에 54분이나 걸렸습니다.

    [윤연옥 씨/청소 노동자]
    "비상벨 소리가 54분 동안 계속 울렸던 거예요. 처음부터 그때까지 소리에…큰 소리만 나면 숨이 멎어요."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윤연옥 씨/청소 노동자]
    "어지럽고 속은 매슥거리고, 집에 가면 토했고 그래서 밤에 응급실에 간 거죠."

    날이 갈수록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100일 넘게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어제 퇴원했습니다.

    [하지현/건국대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오도가도 못하게 갇혔다는 건 공포죠. 그냥 생기는 사고에 비해 훨씬 힘들다고 느끼고 자기의 생명에 위협이 생겼다고 인식할 만한 상황인거죠."

    윤 씨는 회사에 사과와 승강기 수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 측은 건물관리업체인 '에스원'에, 에스원은 청소 하청 업체에 책임을 넘겼습니다.

    결국 사과도, 보상도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관리업체 '에스원'은 윤 씨를 '나이롱 환자' 취급했습니다.

    [에스원(건물관리업체) 관계자]
    "지금 받으신 치료는 제가 보기에도 과한 것 같고, 보험사는 저보다 더 독하겠죠. 이 정도면 그냥 병원이 아니고 초콜릿이나 이런 선물 드리고 끝내는 게 제일 커요."

    결국 윤 씨는 다른 건물로 보내졌고 입원이 길어지자 거기서도 계약이 만료돼 사실상 해고됐습니다.

    업체측은 산재 신청을 하라고 안내했지만 이것도 말 뿐이었습니다.

    산재신청을 위해 사고당시 CCTV를 요구했더니 '에스원'은 오래전이라 CCTV가 삭제 됐다며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정직원이 2~3분 갇혔을 때는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청소업체 전 직원]
    "본사 직원들이 (엘리베이터가) 잠깐이라도 서고 이러면 긴장 풀라고 초콜릿을 준다든가, 시간이 좀 된(오래 갇힌) 사람들은 꽃다발(이나 상품권) 줘서 위로를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에스원은 비정규직을 차별한 적도 없고, 자신들은 승강기 관리 책임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측에도 승강기 사고가 왜 잦은지, 사과나 보상은 왜 없는지 등을 물었는데 추상적 답변만 내놨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불미스러운 사고로 불편을 겪으신 미화협력사 직원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달해드리고요. 앞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약자들의 피해에 눈을 감는 기업, 너무나 익숙해 새로울게 없습니다.

    [최원태 노무사]
    "아모레퍼시픽이 관리 책임이 있는 건 맞겠습니다만 직접적으로 엘리베이터 운영 자체를 관리하는 회사는 따로 있을 겁니다. 아모레에선 떠 넘기겠죠. 관리책임에 대해 아웃소싱(위탁)을 준 것이고 그건 나의 책임이 없다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비켜나가려고..."

    윤 씨의 사고 이후 수리했다던 엘리베이터에선 지난 1월 1일 또 다시 갇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MBC뉴스 지윤수입니다.

    (영상취재:장영근/영상편집:김재환)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