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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양효걸

[로드맨] 코로나 시대의 K-청년 5편 "문화 실종, 청년 실종"

[로드맨] 코로나 시대의 K-청년 5편 "문화 실종, 청년 실종"
입력 2021-03-13 20:26 | 수정 2021-03-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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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10년 전 PPT를 그대로 쓰시는 교수님들도 있고..”
    “힘들다 후회된다..”

    관객들로 북적였던 버스킹 거리...청년 뮤지션들의 성지였던 ‘홍대’

    ◀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바로 이 공간을 가득 채웠던 예술가와 관객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연속기획 코로나 시대의 K청년 5편,

    이제 생계의 문제를 넘어 아예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한 청년문화의 현실을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종합병원

    제가 홍대에서 사라진 뮤지션들을 지금 찾아 왔는데 여기가 지금 종합 병원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병원에서 만난 김현우 뮤지션, 인디밴드 ‘선셋온더브릿지’ 리더

    [김현우/인디밴드 뮤지션]
    (뮤지션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병원에 왔습니다 지금.)
    "아... 아픈 건 아니고요. 지갑이 좀 아파가지고. 돈을 좀 여기서 벌고 있습니다."
    (출근을 몇 시에 하신 거예요?)
    "오늘 다섯시 반?"
    (아니 왜 이렇게 빨리?)
    "그렇게 해야 제가 저녁에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 (주변 뮤지션들이) 버티다 버티다 못해서 이제 악기도 계속 팔고, 밤에 뭐 대리 운전도 하고"

    거의 매주 있었던 공연 일정..지금 공연장은 어떤 모습일까?

    [김현우/인디밴드 뮤지션]
    (지금 이 골목이 어떤 골목이죠?)
    "저희가 공연을 많이 했던 그런 클럽인데요. (지난 1월달에)공연 섭외가 와서 날짜를 잡고. 이틀인가 뒤에 폐업 결정이 났다고 죄송하다고"

    갑작스런 ‘폐업’ 통보에 사라진 무대

    [김현우/인디밴드 뮤지션]
    "무대 밖에 있던 사람이. 점차 무대로 다가갈 수 있는 꿈을 좀 키워줬던 곳이 아닌가."

    [곽기우/인디밴드 뮤지션]
    "기회였죠. 한 번의 무대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다른 기회를 또 주고."

    故 신해철이 지원했던 공연장도 최근 폐관

    ‘성장’의 기회였던 무대가 사라지고, 지금은 잠을 쪼개가며 연습만...

    [김현우/인디밴드 뮤지션]
    (너무 잘들었습니다. 새벽 6시에 출근하면서 지금 연습하고 이러시는 거죠, 지금?)
    "네네."
    (군데군데 이런 흔적들이 있어요. 내 음악의 조력자는?)
    "카페인이죠. 그럼요."

    무대에 올리지 못한 신곡, 한풀이 공연하는 멤버들

    (Q. 공연이 사라진 세상이란)

    [곽기우/인디밴드 뮤지션]
    "시장의 판단으로써 ‘너는 좋은 뮤지션이 아니야.’ 라는 판단을 받았다면 ‘음,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거는 이제 매대에 물건을 올리지 조차 못했잖아요."

    무대를 잃은 청년들은 공연계 전반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4년차 뮤지컬 배우지만 현재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손원근 배우

    [손원근/뮤지컬 배우]
    (마지막으로 대학로에 오신 게 언제예요?)
    "진짜 1년 좀 넘게 어느 순간 갑자기 공연이 멈추더라고요."

    두 달 넘게 연습했던 공연은 취소, 급기야 공연장까지 폐업

    [손원근/뮤지컬 배우]
    "1년 만에 와보니까. 마음이 좀 아픕니다. 배달 업체 알바하고, 전단지 돌리고, (택배) 상하차 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 제가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는 생각 ‘그만 둘까’...고립은 깊어지고..

    [손원근/뮤지컬 배우]
    "지금이라도 다른 걸 해야 되나. 자는 시간 말고는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힘든 데도 포기 안 하는 이유도 있을까요?)
    "저는 뮤지컬이 좋습니다. 흔들릴지언정."

    ◀ 팩트맨 ▶

    문화예술계의 현주소, 참담합니다.

    지난 1년간 취소된 공연만 약 3천 6백 건.

    공연계는 12월 기준으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 90%가 증발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년 예술가 지원에 나선다는데, 저희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습실을 지원해 주는 사업의 경우 밤 10시면 문을 닫고요. 이마저도 주말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있다는데요. 생업을 마치고 시간을 쪼개 연습하는 청년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하지만 진짜 청년 문화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이 곳은 서울 종로구의 낙원 악기상가인데요.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34년 역사의 낙원상가 악기점..故 김광석, 윤도현도 단골이었던 가게

    [김지화/기타매장 대표]
    "도현 씨가 무명일때서부터 저희 가게 왔다 갔다하고 고인이 된 김광석 씨도."

    주인을 떠나 쌓이는 악기들은 급증

    (Q. 최근의 분위기는?)

    [김지화/기타매장 대표]
    (쓰던 악기를 내놓으러 오는 경우도 혹시 있나요?)
    "지금 한 3배 정도 늘었습니다. 중고가. 버스킹 하고 그러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실업 상태가 돼 가지고. 사정이 딱하고 이러면 인수를 해주고 이러고 싶은데도 다 수용을 못해주는 그런 상황이에요 지금."

    형편이 나은 음악인들조차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김지화/기타매장 대표]
    "(이 악기는) 시가도 천만원이 훌쩍 넘는건데. 여유있게 밴드 활동을 하시던 분들 조차 힘들고 어렵다고 내놓는 거예요."

    (Q. 5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김지화/기타매장 대표]
    (5년 뒤의 공연계를 예측하신다면?)
    "학생들이 그쪽으로 가지도 않을뿐더러 아마 단절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태프들은 뭐 말하나 마나죠."

    관련 산업들은 이미 고사 직전에 몰려있습니다.

    전시된 피아노를 쳐보는 로드맨 ...얼마만의 손님일까?

    [석민수/음향장비 업체 대표]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 와서 쳐본 거예요?)
    "한 1개월 전 정도? 지금 코로나 이후로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대출마저도 다 막혔다고. 음향. 무대. 조명. 다 무너진다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예요. 폐업을 좀 많이 생각하고 고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희망이 없으니까 너무 괴롭죠."

    먼지 쌓인 장비들..도미노 처럼 무너지는 관련 업계

    이렇다보니 그간 어렵게 쌓아올린 문화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2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홍대앞 대표 공연장

    [정연식/‘롤링홀’ 기획팀장]
    "30~40년 이 정도 된 문화인 거죠. 여기 홍대 '인디신(인디 음악계)'이. 간신히 여기까지 끌어 올렸는데 그거를 처음으로 되돌릴 거냐 (되묻고 싶어요.)"

    [로드맨]
    "90년대 중반에 한창 우리 대중문화가 올라오던 시절에 뿌려진 씨앗이 그게 이제 꽃을 피웠던 건데?"

    [정연식/‘롤링홀’ 기획팀장]
    "꽃들은 이미 시들어가고 있고 꽃밭이 없어질까봐 걱정하는 거예요."

    ◀ 팩트맨 ▶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뛰어난 우리 예술가들이 이룬 성과지만 과연 한두 사람만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중문화의 싹을 틔운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초반 넓어진 저변을 바탕으로, 2020년에 가까워 ‘한류’가 꽃을 피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청년의 문화 예술이 고사하면, 미래의 K-팝, K-드라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1990년대 문화의 최전성기를 보냈던 일본이 현재 드라마 수출액에서 우리나라에 한참 뒤처지게 된 것도, 긴 경기 침체와 함께 청년 문화의 저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로드맨 ▶

    청년 문화는 한류 콘텐츠의 토양입니다.

    이를 지켜주는 건 미래 문화산업을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문화 예술이 뭐가 중요하냐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일 겁니다.

    연속기획 코로나 시대의 K-청년, 다음 편에서는 길어지는 고립에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지는 청년들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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