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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없으면 잠 못 들어"…'별점 노예'된 자영업자

"수면제 없으면 잠 못 들어"…'별점 노예'된 자영업자
입력 2021-03-18 20:18 | 수정 2021-03-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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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네이버의 악성 별점과 가짜 평가글의 문제점을 보도해 드렸는데 사실, 별점과 평가글의 원조는 음식 배달 앱이죠, 별점이라는 게 이용자들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있는 거지만 어느 식당의 존폐를 결정 짓는 흉기로 악용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음식 배달 앱의 별점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먼저,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경북 구미 한 식당에 걸려온 항의 전화.

    [배달앱 고객·음식점주 대화]
    고객: "갈치조림을 시켰는데 돼지갈비 조림이 왔는데, 이건 뭐죠?"
    (죄송해요. 그거 그냥 드세요. 다시 드릴게요)

    식당 주인이 주문서를 확인한 결과, 음식은 주문대로 맞게 나갔고, 주인은 고객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고객은 이번엔 음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배달앱 고객·음식점주 대화]
    고객: "그러면 갈치조림으로 교환을 좀 해주세요"
    (음식점주: 교환이 안 돼요. 저희가 갈비 나간 것은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어요.)
    고객: "알았어요. 음식물 버리겠다고요. 리뷰 남길게요."

    이후 배달앱에는 '이 집은 최악이다. 1만 6천원이 아까운 건 처음'이라는 리뷰와 함께 별 한개가 달렸습니다.

    이 고객이 또다른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면서 쓴 메모는 '후기 밥'. 밥을 무료로 주면, 리뷰를 잘 써주겠단 뜻입니다.

    이 고객은 공짜 밥을 받아먹은 뒤 1점을 줬고, 음식점측이 댓글로 이의를 제기하자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고객]
    "(당신이) 당연히 환불해주겠다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댓글 다는 거 가지고 지*하지 말라고! 너네 가게를 짓밟아주고 싶거든. 꼭 그래 줄게."

    이처럼 별점이나 리뷰를 무기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이른바 '별점 거지'가 한둘이 아니지만, 음식점들은 묵묵히 수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 음식점주 A씨]
    "연달아 안 좋은 멘트가 달리면 그날 매출 30-40%가 하락해요. 진짜로 (배달이) 안 들어옵니다."

    별점은 엉뚱한 목적으로도 악용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의 떡볶이집 주인 김모씨.

    개업 3일째 되던 날 배달앱에 1점 2점 별점과 함께, '고기는 뻑뻑해서 먹을 수 없고, 머리카락도 나왔다'는 리뷰가 달렸습니다.

    [청주 떡볶이집 사장 B씨]
    "(가게) 초반에 오픈 했을 때 별점 테러 하면 그냥 망하는 거거든요."

    주문이 뚝 떨어져 괴롭던 차에, 배달기사가 '인근 다른 떡볶이집이 그 리뷰를 쓴 것 같다'고 알려줬고, 댓글로 '당신 정체와 업소를 알고 있다'고 쓰자마자, 악성 리뷰는 사라졌습니다.

    [청주 떡볶이집 사장 B씨]
    "(별점 테러 후)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자고요. 리뷰창 들어갈 때에도 손이 떨리고.. 가족이 다 매달려 하는 생계이거든요."

    서울 동대문구의 식당.

    지난해 한창 배달주문이 몰릴 저녁 6시쯤 메뉴에도 없는 냉면 사진과 함께 '맛이 없다'며 별점 1점이 달렸습니다.

    이 리뷰는 저녁 장사를 다 망치고 난 밤 9시쯤 사라졌는데, 이후에도 '저녁 6시 1점, 9시 삭제' 테러는 두달간 매출이 높은 토요일을 노려 계속됐고, 이 때마다 매출은 3-40만원씩 손해를 봤습니다.

    동종업계 소행으로 의심됐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방관할 뿐이었습니다.

    [동대문구 음식점주 C씨]
    "의심은 가는데 배민은 물어도 답이 없으니까..."고객의 창작물이라 손 댈수 없다"고..."

    별점으로 인한 고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높은 별점을 유지하기 위해, 월 수십만원을 들여 리뷰 관리 업체를 고용하거나, 별 다섯개를 조건으로 음료나 음식을 추가로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에도 수십, 수백만원을 써야 하는 겁니다.

    [음식점주 D씨]
    "리뷰(서비스 음식)까지 주게 되면 확실히 마진율은 많이 줄죠."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죠?)
    "네. 모든 가게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앞당긴 배달의 시대.

    높은 배달앱 수수료에 배달비 부담, 이제는 별점 테러에 관리 부담까지...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강종수/영상편집: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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