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MBC가 단독 보도한 경기도 파주 마디편한병원의 대리 수술 사건,
무면허 의사 또 의료기 영업 사원이 수술한 환자 두 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죠.
거의 3년이 지났는데 아직 1심 판결도 안 나왔고 병원은 지금도 환자를 받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저희가 재판 상황을 취재하다 검사장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이 변호사 시절, 이 사건을 어떻게 대응할지 병원 측에 조언 해준 녹음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내 말대로 하면 무혐의라고 자신하는 한 전관 변호사의 대리 수술 덮는 방법, 먼저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파주의 '마디편한 병원'에서 사흘 간격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졌습니다.
1명은 수술 직후에, 다른 1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 사망했습니다.
서류상 이 환자들을 수술한 의사는 A 원장.
그러나 A씨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A 원장/서류상 수술 전문의(2018년 당시)]
"<수술기록에 원장님 사인이 있어서 그래요. 사인 직접 하신 거예요?> 한마디만 하면, 저는 수술 안 했고 수술방에 가지도 않았어요. 기록이 위조됐는지 어쨌는지 조사하면 다 나오겠죠."
A씨 주장대로, 실제 수술을 한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뒤, 병원 측은 고위 검사직을 막 그만두고 나온 이른바 '전관'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MBC가 확보한, 당시 대책회의 녹취록.
병원 측은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병원 관계자]
"이게 의사가 수술한 게 아니고..."
[변호사]
"그게 이제 드러나면 그때부터는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야. 누가 여기서 지금 수술한 거로 돼 있는 거야?
[김 원장(무면허)]
"제가 수술을 했는데, A원장님이 수술한 걸로 돼 있습니다."
의료기구상이 대리수술을 한 두 번째 사망자도 설명합니다.
[김 원장(무면허)]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에까지 다 거의 관여를 했죠."
[변호사]
"누가?"
[김 원장(무면허)]
"기구, 기구상이. 아직 신경외과 선생님이 좀.."
[변호사]
"아직 그 실력이 안되는구나"
상황을 파악한 변호사는 경찰과의 관계,그리고 수술일지 조작 여부를 확인합니다.
[변호사]
"(일산) 서부서는 어쨌거나 김 원장이나 황 원장님께서 네트워크 있잖아. 그렇죠? 수술일지는 그본적으로 병원에서 다 새 거로 다시 일단 해놓잖아."
그러나 병원은 관련 서류를 미처 조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변호사는 그럼 A 원장이 했다 하라고 조언합니다.
[변호사]
"A(원장)이 나서서 막아주면 가능해. 그냥 (수술)했습니다. 했는데 나도 모르겠습니다라고 가면 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A 원장이 뒤집어쓰기만 하면 십중팔구 무혐의라고도 자신합니다.
[변호사]
"A 원장이 감당을 했을 때 선임이 가능한 거지. 내가 선임을 해가지고 내가 끌고는 가. 그리고 무혐의까지 오케이. 내가 예상한 흐름으로 갈거야. 십중팔구는."
그러면서 금전적 보상을 해주라고 합니다.
[변호사]
"그에 대한 상환 페이백이 있어야지. A 원장이 버티라고 하는 거를 누가 하냐는 거예요. 김 원장님, 그거 김 원장님이 해주셔야 돼."
그런데 변호사 윤리장전은 의뢰인의 범죄 행위에 협조하지 않고 거짓 증언을 시키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자신은 끌어들이지 말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변호사]
"어느 정도 페이백을 해가지고 약속을 하고 끌고 가는 게 좋을지. 그건 나한테 들은거 아니야..변호사 할 수 있는 범위는 거기가 아니라고. 그걸 우리가 해주면 범죄를 은폐하는 공범이잖아."
변호사는 A 원장만 설득하면 의료사고가 보통 그렇듯 ‘무혐의’가 될 거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변호사]
"입증이 안 되면 뭘 하냐면 제일 먼저 의료협회에 자문을 하는 형태로 갈 거야. 의료협회가 내가 알기로는 뭐 '특이 사항 없다', 대부분 특이, 여기서 뭐 '의사 과실 뭐 입증 곤란' 이런 식으로 갈 거라고. 다 이렇게 하지 않아?"
이같은 조언을 해준 변호사는 21대 국회에 입성해 현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와 법제사법위원 등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유상범 씨입니다.
무면허 의사와 영업사원으로부터 불법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숨진 사건.
이를 은폐하는 방법을 조언해 준 유 씨는 창원지검장을 거쳐 광주고검 차장검사 자리에서 퇴임한 지 1년도 안 된 '전관' 변호사였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 김희건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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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단독] "무혐의 오케이"…전관 변호사의 '대리수술 덮는 법'
[단독] "무혐의 오케이"…전관 변호사의 '대리수술 덮는 법'
입력
2021-03-22 20:23
|
수정 2021-03-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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