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얼마 전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4학년 학생이 화물차에 치어 숨졌습니다.
그동안, 학교 측이 제한 속도를 30km로 낮추어 달라고 그렇게 요구해도 안 듣더니 한 아이의 죽음 뒤에야 경찰이 제한 속도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차 통행을 제한해 달라는 요구에는 또 답이 없습니다.
임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1살 아이가 화물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인천의 초등학교 앞.
하교시간에 맞춰 자녀를 마중나온 학부모들로 가득합니다.
[학부모]
"위험해서요. 며칠 전에 사고도 나고 불안해서…사고 나고 부터 (학부모들이) 더 많이 나오신 거 같은데요."
최근 학교 앞 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50km에서 30km로 낮춰졌습니다.
사고 발생 보름 만입니다.
이렇게 금방 바꿀 수 있었는데도 학교측이 2년 넘게 요구할 땐 나몰라라 했던 겁니다.
[박성희/학부모]
"전부터 해야되는 건데 이제와서 하는 게 안타깝고 그 아이가 왠지 희생양이 된 거 같아서…"
하지만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화물차 통행을 막아달라는 학교와 학부모들 요구엔 여전히 귀를 막고 있습니다.
경찰은 "인천항에서 나온 화물차들이 경인고속도로로 들어서는 길목인데다, 교통체증 등이 우려된다"며 "즉시 통행 금지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회도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인천항을 나와 제2경인고속도로로 가는 두 가지 경로를 제가 직접 차를 타고 이동해보겠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의 하교 시간인 오후 2시.
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고속도로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습니다.
학교 앞을 지나 고속도로까지는 10분.
이번엔 학교 앞을 피해 우회도로로 갔더니 오히려 8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회도로는 학교 앞 도로보다 더 넓기까지 합니다.
[임정미/학부모]
"저쪽 옆으로 큰 길로 다 다닐 수 있고…아이들 안전이 더 중요하죠. 하교하는 시간이나 이런 시간에는 조금 피해서 다른 길로 유도를 해주든지…"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해에도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는 478건,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뿐만 아니라 속도제한이나 도로 정비, 과속방지턱 같은 안전 시설이 따라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상진/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런 식(처벌 강화)의 접근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처벌 강화와 더불어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시설을 조금 더 안전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
이곳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차량 진입이 아예 금지됩니다.
[김명자/주민]
"등교시간에는 차가 안 다녀요. 학교 근처에는 다니질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맘놓고 다녀도…"
(안전하다고 느끼세요?)
"그렇죠."
사고가 난 인천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화물차 통행 시간을 제한이라도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경찰은 교통영향 분석 등을 거쳐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 / 영상편집 : 김재환)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임상재
참변 뒤에야 '시속 30km'로…화물차는 여전히 '쌩쌩'
참변 뒤에야 '시속 30km'로…화물차는 여전히 '쌩쌩'
입력
2021-03-30 20:20
|
수정 2021-03-30 20:21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