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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발 동동"…망망대해 고립된 원양어선 선원들

"아파도 발 동동"…망망대해 고립된 원양어선 선원들
입력 2021-04-06 20:34 | 수정 2021-04-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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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태평양 등 먼 바다에서 조업 중인 한국 원양 어선에서 제발 집에 가게 해달라는 구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원들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하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문제는 망망대해에서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국 원양어선에서 조업 중이던 인도네시아 선원 길랑 씨.

    지난 1월 태평양 한가운데서 맹장염 의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길랑/인도네시아 선원]
    "잘 때도 (배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서 잤습니다. 처음엔 감기 같았는데 기운이 없었고, 바람이 살짝 스쳐도 추웠습니다."

    어획물 운반선으로 갈아타고 한 달 만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결국, 선사 측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일본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랑/인도네시아 선원]
    "일본에서는 (배가) 항구에 들어가지 않고, 바다에 정박해 있었는데, 일본인 검사원이 보트를 타고 (배 위로 검사하러) 왔습니다."

    일본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은 길랑 씨는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온 뒤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원양어선들은 한번 바다에 나가면 길게는 2년 뒤에야 돌아오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은 다른 배를 타고 귀국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어선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다며 선원들의 구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인 선원/태평양 조업 (지난 4월 1일)]
    "눈이 시야가 뿌옇고 형광등이나 불빛 밑에 보면 빛 번짐이 심해서 물체가 구분이 잘 안되고 그렇습니다. 귀국선에 편승(갈아타는 것)이 안된다고 그러니까, 난감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외국인 선원들/태평양 조업 (지난 4월 2일)]
    "계약기간은 이미 만료됐는데, 집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1월 질병청은 선원들에 대한 새로운 방역 조치를 내놨습니다.

    해외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바다 위에서 검사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젭니다.

    이렇다 보니 한국으로 오는 운반선들도 선원들을 태워오는 걸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선원을 중간에 태워오면 외국인은 모두 하선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원양어선에 탄 뒤 돌아올 수 없게 된 선원 수가 2백 명이 넘습니다.

    [박진동/전국원양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바다에서는 (선원들이) 계약을 마치고 교대를 해야하는데 불구하고, 교대하지 못하고 계속 대기 상태에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고조돼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사실상 바다에서 돌아올 길을 막은 채 '강제노동'을 시키는 거라며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바다에 떠돈다는 게, 가서 일을 하면 모르겠는데, 계약기간도 종료돼서 어디서 움직일 수도 없고 옮겨탈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 있으니까 거의 구금이나 마찬가지인 거잖아요."

    당초 "다른 입국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던 질병청은 MBC 취재가 시작되자 조만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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