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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양효걸

[거리의경제] 'LH 투기'…처음이 아니라고?…'땅 투기 평행이론'

[거리의경제] 'LH 투기'…처음이 아니라고?…'땅 투기 평행이론'
입력 2021-04-10 20:23 | 수정 2021-04-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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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경제와의 거리를 좁히다 거리의 경제입니다.

    저는 지금 시흥에 나와 있는데요.

    LH 땅 투기 사태 터진 지 벌써 한 달쨉니다.

    패가망신 경고 다들 기억하시죠?

    < 2021년 3월8일 뉴스데스크 >
    [앵커]
    "비리가 밝혀지면 패가망신을 시킬 거라는.."
    [정세균 / 국무총리]
    "잘못된 부분은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

    신도시 개발의 역사, 뒤집어 말하면 부동산 투기의 역사였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지금 계속 이렇게 가다 보면 부동산 투기의 역사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런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LH 땅 투기 현장 인근 고물상]
    "원래 있던 건물을. 그냥 부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철거 현장 관계자]
    "시에서도 계속 돌아다녀요. 원상복구 하라고. 이게 농지니까? 그렇죠. 다 원래 농지인데, 왜 시멘트를 깔았느냐 자꾸 막 압력이 내려오는가 봐. 뒷북치는 거야 행정이. 뒷북행정이라."

    LH 한 직원이 땅 투기를 해서 문제가 됐던 곳입니다. 묘목들 끝이 지금 하얗게 말라가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인근 농민]
    "(이 밭 만들고 묘목 심고 하실 때 다 보셨겠네요? 여기) 다 봤죠. 이 밭 상황도 바뀐 게 없고 동네 여론도 바뀐 게 없어요. 달라진 거 없죠. 달라져야 되는 거라면 3기 신도시를 취소해야 되는 건데."

    부랴부랴 겉모습을 바꾸든, 그냥 놔두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예정대로 개발이 되면 투기 이익은 여전히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건 주민들은 아무리 강력한 대책이 나와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 이렇게 체념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체념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은 1989년 봄, 분당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죠?”

    [당시 분양받지 못한 시민 (1989년)]
    "강력한 대책을 좀 세워줬으면 좋겠어요. 아주 그냥 발을 못 붙이게 그냥. 아주 그냥 아주
    강!력!하게 그냥!"


    "복부인 프레미엄 붙여서 돈방석에 앉으며는 무얼해 토지 거래 신고해야지 용용"

    [MBC 뉴스데스크 (1990년 6월13일)] 엄기영 앵커]
    "상세 도면까지 곁들여서 그대로 투기꾼들에게 넘겨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무원이 마지막
    공무원이 되길 바랍니다."

    공사 직원 8명이 27억 원 어치의 땅을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투기가 따라다녔고, 그때마다 정부는 ‘전쟁’ 수준의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강한 처벌, 투기 이익 이익환수 이런 것들을 내걸었는데 실제로 실행이 됐을까요?

    8년 전 인사청문회에선 한 장관 후보자의 농지 투기 의혹이 벌어졌었죠.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2008년)]
    "(농사)지었습니다. 농주도 마시고 그랬습니다."

    당시 논란 속에서도 팔지 않았던 농지, 지금 상황은 어떤지 한번 가보겠습니다.

    지금 2021년 현재 바로 그 현장입니다.

    [이웃 주민 ]
    "(그 분들은 농사 꾸준히 잘 지으셨어요?) 네네~ 10년에 한 열 두어번 왔나 모르겠어요.
    거기는 솔직히 농사의 농 자도 모르지."

    실제 해당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농민을 만나봤습니다.

    [해당 토지 경작 농민]
    "(근데 이거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땅 주인들은 그쪽에서 (농지를) 무상 제공을 해. 그래 가
    지고 (배를) 팔아 가지고 (돈을) 나누는 거죠. 직접 짓기는 상당히 힘들고 봄에 서너번 와서
    보고 체크하고"

    현행법상 농지 취득 후 8년이 지나면 직접 농사 지을 의무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동천/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 ]
    "임대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다. 원천적으로 헌법상 봉쇄되어 있어요. 사람을 시켜서 심으면
    되니까 투기목적으로 개입되는 자와 구별이 안 돼요."

    이에 대해 최 전 장관은 토지를 공동소유한 동생이 계속 농사를 짓다 건강 악화로 다른 사람 에게 농사를 맡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농지는 개발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옆으로 한창 공사하고 있거든요. 저 건너에는 아파트 단지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취득 시점보다 10배가량 뛴 상황,

    [해당 토지 경작 농민]
    "실제로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요?) 잡아내지도 못하니까 그러
    는 거지. 자기 이름으로 사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정부는 실제 농사를 짓는지 사후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농지는 2천 3백 필지에 달합니다.

    이번에는 경기도 양주로 와봤습니다.

    고위공직자 부인 명의로 된 농지가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요.

    [최 모 씨/인근 주민]
    "주인은 누군지 몰라. 주인은 누군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고."

    [박 모 씨/인근 주민]
    "(당시에) 저 사람 맹지인데 뭐 때문에 사지? 맹지인데. 지금도 맹지야. 진입도로가 없으니까"

    최근 시세를 직접 물었습니다.

    [이혜상/양주 지역 공인중개사 ]
    "(구입 당시엔) 100만원 안쪽일 것 같은데, (지금은 얼마에요?) 지금은 도로 닿은 게 800까지
    도로가 없으면 한 뭐 4,500. 그래도 지금 엄청난. 요즘은 여기가 gtx-C 노선이 확정이 됐잖아
    요."

    강 사장은 땅을 산 시점엔 이미 신도시 호재가 다 땅값에 반영된 상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GTX노선 뿐 아니라, 내후년에는 길건너에 대단지 아파트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강 사장은 건교부와 국토부 재직시절.

    고위직으로 양주 신도시 설계에 관여했고, 퇴임 이후엔 한국철도협회 부회장으로 일했습니다.

    강 사장은 "땅을 산 시기와 재임 기간이 겹치지는 않는다”며,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LH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달 말, 시세차익을 남기지 않고 되팔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강제 수사 등을 거쳐야 제대로 밝힐 수 있습니다.

    정부는 '내부정보'를 이용하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면 실효성이 있을까요?

    이마저도 차명으로 사면 입증이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이 '차명 투기'를 잡을 방안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과거의 사례로 알 수 있었던 것은 일단 시간이 지나고 잊혀지면 땅투기는 결국 잃는 것보다 남는게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실패의 경험을 잊어버리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15년 전인 2007년, 부동산 정책 관련 국정브리핑에 등장했던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세심하게 다듬지 않으면 15년 뒤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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