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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매년 8천 명이 사라진다…발달장애인 실종 대책은?

[집중취재M] 매년 8천 명이 사라진다…발달장애인 실종 대책은?
입력 2021-04-12 20:53 | 수정 2021-04-1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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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작년 겨울, 산책을 나왔다 실종된 발달 장애인 장 준호 씨가 3개월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

    해마다 8천 명 넘는 발달 장애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데 숨진 채 발견되는 경우가 지난 5년 동안 2백명이 넘습니다.

    장애가 실종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김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87살 김홍문 씨는 1988년에 잃어버린 아들 태희군을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지적 장애가 있던 당시 15살 아들은 부모가 잠시 병원에 간 사이 집 밖으로 나갔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김 씨는 아들을 찾아 전국을 헤매면서 34년을 보냈습니다.

    [김홍문/실종자 김태희군 아버지]
    "사람 많은 데 전단지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거죠. 전국을 다 다녔어요."

    치매를 앓다가 암으로 작년에 세상을 떠난 아내는 기억을 잃으면서도 실종된 아들의 이름만은 잊지 못했습니다.

    [김홍문/실종자 김태희군 아버지]
    "태희하고 찍은 사진 있었는데 몸에다 넣어줬고… 혹시 죽은 다음에는 만날 수 있을런가 싶어서…"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된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지금쯤 중년이 됐을 아들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김홍문/실종자 김태희군 아버지]
    "남 집에 가서 일을 해주든지 무엇을 청소를 하더라도 건강하게만 살아있으면 그것만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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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전엔 전남 해남에서 실종 신고됐던 7살 여자 어린이가 수중보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엄마가 일하는 음식점에서 혼자 밖에 나왔다가 실종됐는데, 지적 장애가 있어서 찾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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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실종이 접수된 발달·정신장애인은 한해 평균 8200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97명은 어디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228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구 대비 비장애인 아동과 치매 환자 실종과 비교해 보면 최대 10배나 높은 수치인데요.

    이렇게 발달 장애인의 실종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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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어머니와 외출했다 사라진 중증 자폐 장애인 21살 故 장준호 씨.

    [故 장준호 어머니]
    "산책 겸 운동 겸 시키려고… (아이가) 근데 그날따라 너무 즐거웠던 거에요.(보통) 집에 가자고 하면 되돌아 오는데 아이가 거부를 하고 더 앞서서 뛰쳐 나간거죠."

    가족과 이웃이 함께 애타게 찾았지만 주변 CCTV를 확인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습니다.

    [故 장준호 어머니]
    "(경찰이) 열심히 찾아주셨어요. 근데 당장 급하니까 수색견이라든지 드론이라든지 빨리 해달라고 했는데 이게 절차가 있대요. 그런 절차들이 너무 답답했고."

    장 군은 실종 90일 만에 실종 장소에서 8km 떨어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혜승/발달 장애인 어머니]
    "어릴 때 없어지면 비교적 신고가 빨리 돼요. (반면에) 성인이 되어 가면서 사람들에게서 무관심해져요."

    결국 가장 시급한 건 발달 장애인의 실종을 전담하는 전문 기관이 실종 초기에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관련 기관들을 지휘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종시 아동은 아동권리보장원이, 치매노인은 중앙치매센터가 담당하지만 발달 장애인을 전담하는 곳은 없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사고와 범죄 피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합니다.

    [이나리/경기도발달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가 제정신일 수 없는데 그 상태에서 해야될 것이 너무 많아요. 하나하나하나 단계가 될 때마다 그게 하루 이틀 이상씩 걸렸어요."

    지난 2019년 충북 청주의 한 산에서 14살 발달장애인 조은누리양이 실종됐지만, 전국민적 관심 속에 군경 7천여 명이 투입돼 열흘 만에 구조됐다는 점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김기룡/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이 컨트롤타워가 좀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된다고..경찰이나 소방서나 가용인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배치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어야…"

    관련 예산도 필요합니다.

    지난해부터 GPS가 부착된 신발 깔창을 발달장애인에게 주고 있는 서울 성동구.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40명에게 지급됐는데, 한 30대 장애인은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실종될 뻔 했지만, GPS 깔창 덕분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몸에 부착하는 형태의 GPS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신발 깔창 GPS가 적합합니다.

    [깔창 부착 장애인 어머니]
    "애가 지금쯤 어디쯤 갔나 제 스마트폰에 입력이 되어 있어요. 동선이 딱 나타나니까 너무 좋은 거죠."

    GPS 깔창의 가격은 수십만원 정도.

    하지만 국고 지원이 없어 일부 지자체에서만 운영중입니다.

    [김재현/성동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
    "중앙정부에서 한꺼번에 하면 아무래도 훨씬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모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 되겠죠."

    故장준호씨 실종을 계기로, 발달장애인 전담 실종 기구 마련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가운데, 올해 1분기에만 1600건이 넘는 발달 장애인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31명은 아직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故 장준호 어머니]
    "얼마나 더 많이 잃어버리고 사고 당하고 죽어야 관심을 가져줄까요? 저희 아이들도 소중한 목숨이에요…"

    MBC뉴스 김미희입니다.

    (영상 취재 : 고헌주,민정섭(목포M) / 영상 제공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영상 편집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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