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숙소의 욕실과 화장실, 옷방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함께 일하는 한국인 농장 관리인의 짓이었는데 불법 촬영 말고 성추행 의혹도 있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보은의 한 버섯농장.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 욕실에서 한 남성이 씻고, 속옷을 갈아입습니다.
누군가 설치한 불법 카메라에 촬영된 겁니다.
여성 직원이 씻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불법 카메라를 발견한 건 작년부터 일해온 말레이시아 노동자 A씨.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숙소에서 같이 지내고 있던 중, 최근 욕실과 화장실, 옷 방 등 무려 세 곳에서 불법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메모리카드를 휴대폰에 꽂아서 확인해보니 내가 샤워하는 영상이 있었어요. 아내 영상 세 개, 나는 두 개."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은 농장에서 같이 일하는 한국인 관리인 문 모씨였습니다.
A씨가 우연히 문 씨의 차량에서 충전중인 카메라를 발견했는데 영상을 확인해보니 문 씨가 욕실에 몰래 설치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던 겁니다.
영상 속에서 문 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힌 영상이 잘 전송되는지 재차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문 씨 차량에 몰래카메라가 충전 중이었어요. (문 씨가) 음란 동영상에 미쳐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확인한 거예요.)"
문 씨의 악행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문 씨가 작년 초부터 여자친구를 성추행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내가 쇼핑 나가면 여자친구 허벅지 만지고…여자친구가 요리할 때 뒤에서 끌어안고 목에다 입 맞추고 했어요."
수차례 농장주를 찾아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문 부장은) 절대 바지 안 입어요. 속옷만 입고 아내를 잡고 방으로 끌어당겼어요. 농장주한테 문자 보냈어요. 제발 어떻게 해달라고…"
결국 A씨는 자기 돈을 들여 숙소에 ccctv를 설치했고, 그제서야 문 씨의 추행은 멈췄습니다.
하지만 문 씨는 그 이후에도 식사 시간에 음란 동영상을 틀어놓으며 성희롱을 해왔고, 이번에 불법 카메라까지 발각된 겁니다.
증거 영상을 확보한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농장주는 그제서야 문 씨를 해고했습니다.
[농장주]
(해고조치 하신 거예요 아니면 그분이 알아서 그만둔 거예요?)
"어느 분이요?"
(불법카메라 설치한 분이요.)
"저희 직원 아닙니다."
(성추행 있었다고 얘기했을 때 어떤 조치 해주셨어요?)
"형사한테 물어보세요. 다 진술했으니까."
하지만 농장주는 오늘 A씨와 여자친구에게 둘다 농장에 들어오지도 말고 숙소를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꿈에 부풀어 있던 두 사람.
경찰 신고로 성추행과 불법촬영에서 겨우 벗어나나 했지만, 하루아침에 일터와 집을 모두 잃게 됐습니다.
[A씨/불법촬영 피해 외국인노동자]
"나는 외국인이라 화내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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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재민
[단독] 욕실에도 화장실에도…이주노동자 숙소에 불법 카메라
[단독] 욕실에도 화장실에도…이주노동자 숙소에 불법 카메라
입력
2021-04-13 20:23
|
수정 2021-04-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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