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한 아파트 단지에 임대 동과 분양 동을 섞어 놓았는데 오히려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 색깔을 다르게 한 단지가 등장했습니다.
'차별의 색깔'이 칠해진 이유,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노원구에 있는, 지은지 23년 된 아파트 단지.
외벽 도색을 마친 뒤 내부를 새로 칠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진회색으로 새단장한 건물 속에서 유독 두 개 동만 색바랜 분홍색으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단지인데 왜 색깔이 다른 걸까.
새로 페인트칠을 마친 건물은 분양세대가 사는 분양동, 낡은 분홍색은 임대동입니다.
바로 옆 단지도 마찬가지.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도색을 마친 분양동과 달리 임대가구가 사는 한 개 동만이 빛바랜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처럼 분양동만 따로 도색을 하다보니 몰랐던 구분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임대동 주민]
"우리집만 못 산다고 표시를 해 놨다는 거죠. 노인들 살고 있어요. 해주면 하는 거고 안 해주면 말 할사람 없어요."
임대동이 도색에서 제외된 건 돈 때문입니다.
분양동 소유주들은 장기수선충당금 3억 원을 사용해 도색을 한건데, 임대동은 관리비 재원이 다르기 때문에 대상에서 빠진 겁니다.
분양동 관리사무소 측은 "집주인들 취향을 물어다른 색깔로 칠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분양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꼭 이렇게 했어야 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분양동 주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더 신경을 써서 같은 색깔로 맞춰야 됐다고 생각해요.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차별과 배제를 가시적으로‥"
이 아파트에는 분양동과 임대동을 나누는 펜스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임대동 주민]
"이쪽은 임대고 저쪽은 분양이니까, 왕래를 못하게 할 순 없으니까 문만 하나 내 놓은‥"
이런 '차별의 색깔'은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은지 2년이 채 안된 서울 강남 한복판의 아파트는 아예 임대동과 분양동을 다른 색깔로 시공해 버렸습니다.
[인근 주민]
"여기하고 저기만 층수가 낮죠. 행복주택하고 그거 임대 아닌가 몰라요."
SH공사는 내년에 임대동을 도색할 때 분양동과 같은 색깔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한재훈/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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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하늘
같은 단지 안 다른 색 아파트…빈부 표시 색칠했나?
같은 단지 안 다른 색 아파트…빈부 표시 색칠했나?
입력
2021-04-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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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4-1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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