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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성범죄 신고했는데…경찰 수사 '미적미적'"

"'물뽕' 성범죄 신고했는데…경찰 수사 '미적미적'"
입력 2021-04-15 20:26 | 수정 2021-04-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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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20대 여성이 약물 투약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당했는데, 경찰이 늑장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은 약물이 검출되지 않아서라고 해명을 했지만, 여성단체들은 불법 촬영된 영상을 보면 약물 성폭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진한 수사를 규탄했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7월, 20대 박 모씨는 남자친구가 동의 없이 나체사진과 영상을 수차례 찍은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자신의 생일날 촬영된 10여 분짜리 영상은 이른바 '물뽕' 등 데이트 강간 약물 복용이 의심되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박 씨 아버지]
    "(영상 속) 가해자는 손하고 XX(만 나와요). (딸은) 아주 고요하게 정말 시체처럼 누워있었어요. 그렇게 밑에서 난리를 치는데 움찔이라도 해야 하잖아요. 전혀 그런게 없었어요."

    그런데 경찰은 체내에서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약물 투약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습니다.

    [박 씨 아버지]
    "(담당 수사관은) 대답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게 그냥 정상 성관계인 냥(얘기했어요). 과연 어떤 사람이 이 영상이 정상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경찰은 지난 2019년 버닝썬 사건 직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업무 지침을 대대적으로 보강했습니다.

    데이트 성폭행 약물을 투약했을 때 피해자가 대답을 또렷하게 하더라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며 투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수사에서는 피해자가 대답을 한다는 이유로 투약 가능성을 낮게 본겁니다.

    박 씨 측은 또, 경찰이 가해자의 노트북조차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씨 아버지]
    "가해자 노트북에 파일 모두 하나하나 다 비밀번호로 잠겨 있더래요. (담당 수사관에게) 압수수색을 요청 했어요. 수사관이 자기가 압수수색 하겠다고(했어요.)"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의 요청이 뒤늦게 있었고,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어서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교통사고로 노트북이 파손됐다고 해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씨는 여성단체를 통해 경찰의 늑장 수사를 규탄했습니다.

    [윤경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피해자 글 대독>]
    "(수사기관은) 약물이 의심되는 '준강간'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기소조차 하지 않는 수사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여성사회의 고통과 외침에 침묵을 넘어 방관자로 일관하실 것인지요?"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장영근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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