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 강동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출입을 막아서 기사들이 물건을 정문 앞에 두고 가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조롱하고 협박하는 일부 주민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던 택배 기사들이 결국 다시 손수레를 끌고 문 앞 배송을 재개했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틀 전 상자 8백 개가 쌓였던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입구.
오늘은 택배 기사들이 입구에서부터 손수레를 끌고 배송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매일 나오던 기사 한 명이 안 보입니다.
[민종기/택배 기사]
"여기 하시던 분이 오늘 안 나왔는데, 지금 대신하고 있는 거예요. 거의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달렸다 그러더라고요."
밤새 택배 기사 휴대전화에 주민들 '문자 폭탄'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진경호/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조롱, 모욕, 심지어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 폭탄'을 발송했습니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까지 빠졌습니다."
"분실되면 책임질 거냐", "본사에 민원을 넣겠다"는 항의에서부터 "언론에 보여 주기 위해 내 택배를 이용하느냐", "참 못됐다"는 비아냥과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여기에 택배를 이용하는 기업체들 압박까지 더해져 택배 기사들은 일단 문 앞 배송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사들은 아파트에서 요구하는 저상 차량 배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저상 차를 쓰면 짐을 3분의 2밖에 못 싣는데다, 무엇보다 허리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강규혁/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저상 탑차에 하루만이라도 오셔 가지고, 입주자 대표들께서 몸소 생생하게 체험 한번 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허리가 배겨날 방법이 없겠구나'를 느끼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기사들에게 "아파트가 부끄럽다", "응원한다"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택배 보관소를 만들거나 택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지정하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주원/아파트 주민]
"택배 기사 분들을 아파트에서 너무 비난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을 좀 피해서 배송이 된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택배노조와 입주민대표회의 사이엔 연락 통로조차 없어 갈등 해결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 취재: 윤병순 / 영상 편집: 신재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이재민
조롱·비아냥 문자 폭탄에…결국 '손수레 배송' 재개
조롱·비아냥 문자 폭탄에…결국 '손수레 배송' 재개
입력
2021-04-16 20:26
|
수정 2021-04-16 21:15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