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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항쟁' 부녀자에 성고문…"가정까지 파괴"

'사북항쟁' 부녀자에 성고문…"가정까지 파괴"
입력 2021-04-19 20:52 | 수정 2021-04-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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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 강원도 정선의 탄광 지역에선 광부와 가족들이 들고일어난 '사북 항쟁'이 있었습니다.

    계엄사 수사단은 그들을 잡아가서 모질게 고문했는데요.

    당시 끌려간 부녀자들이 끔찍한 성고문을 당했다고 직접 증언했던 공식 영상을 저희 MBC가 입수했습니다.

    조규한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80년 4월 21일.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광부와 가족 6천여 명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부당한 노동 착취에 맞선 투쟁은 노사 합의로 나흘 만에 평화롭게 끝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곧 계엄사 수사단이 사북에 들이닥쳤습니다.

    광부와 가족 140여 명을 무더기로 잡아가 물고문과 폭행을 자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40~50명은 부녀자들이었고, 이들에겐 잔인한 학대와 고문이 시작됐습니다.

    [성고문 피해 여성 1]
    "가슴을 끌어올리지 말라고… 진짜 죽겠다고 하니까… '너 같은 X들은 죽어도 좋다…'"

    [성고문 피해 여성 2]
    "(가슴을) 막 비틀고, 이놈도 만지고, 저놈도 만지고, 막 만지는 거야. 여기 체모도 그냥 뽑다시피…"

    함께 끌려온 광부가 보는 앞에서도 성고문은 버젓이 벌어졌습니다.

    [이원갑/고문 피해 광부]
    "'이게 참 아비규환이구나'하고 말이죠. 나도 (고문을 당해) 죽을 지경인데도, 참 열불이 오르는 게 죽을 지경이야. 보면 말이죠."

    임신 중인 한 여성은 후유증 탓에 아이를 잃었고, 가정은 파괴됐습니다.

    [성고문 피해 여성 3]
    "처음에 (남편이) 뭐라고 안 했는데, 나중에 되고 나니까, 남남이 되더라고… 남편한테 대우를 못 받고, 인정을 못 받으니까…"

    뒤늦게 공개된 이번 성고문 증언은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진실화해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시 30~40대였던 성고문 증언자 4명 가운데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고문 피해 여성 2]
    "그까짓 거 보고, 만지고 하는 거는 문제도 아녜요. 어떻게 해서라도 내가 살아서 자식들이라도 보고, 그 일념 하나로 억지로 버텼는데…"

    [황인욱/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
    "거의 보복하다시피 주민 전체, 공동체를 파괴할 정도의 고문, 폭력을 일삼고 자행했던 것도 국가인데, 사실 이 그림 속에서 국가는 빠져 있고요."

    정부는 지금껏 성고문 피해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배상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조규한입니다.

    (영상취재: 양성주(강원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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