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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 공항 노숙…"난민 신청 안 받은 건 위법"

1년 2개월 공항 노숙…"난민 신청 안 받은 건 위법"
입력 2021-04-21 20:54 | 수정 2021-04-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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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아프리카인이 인천 공항의 환승장에 갇혀 지내면서 정부에 난민 신청을 냈지만 접수 자체를 거부당했습니다.

    한국이 도착지가 아니라 경유지라는 이유인데요.

    법원이 오늘 난민 심사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남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인천국제공항.

    아프리카인 A씨는 1년 2개월동안 43번 게이트 좁은 벤치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샤워실이 폐쇄돼 씻기 힘든 것도 큰 고역이었고, 먹을 것도 없고 잠도 제대로 못자다보니 온 몸은 아프고 심장까지 고장났습니다.

    그래도 고국으로 가는 것 보다는 나았습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도망쳐나왔는데, 동생과 가족들은 살해됐고 자식들 생사도 모릅니다.

    [난민 신청자 A씨]
    "저는 돌아가면 박해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감옥에 있는 편이 더 낫습니다."

    이런 A씨가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습니다.

    입국자가 아니라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신청 조차 못 했습니다.

    A씨는 접수라도 해달라고 소송했고 작년 6월 승소했지만 법무부가 항소해 공항 생활은 더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신청조차 안 받은 건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한재 변호사/법무법인 두루]
    "한 사람이 비인도적 환경에서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패소한 출입국 당국이 굳이 항소까지 하면서 이 상황을 연장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지난주엔 공항에서 갇혀사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법원 판단으로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항밖으로 나왔고, 지금은 한 민간단체 숙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항에 방치한 나라가 원망스러울만도 한데 A씨는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정부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난민 신청자 A씨]
    "우선 굉장히 행복하고요. 한국 정부에도 저를 들여보내줘서 감사하고…"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는다면 이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을 뿐, 난민으로 인정 받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난민 신청자 A씨]
    "제 난민 신청이 거절당하더라도, 저는 한국 정부가 저희 조국의 정권이 바뀔 때까지만이라도 저를 보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소송을 도와준 인권단체와 변호사들, 공항에서 매일 인사해주던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이관호 / 영상편집: 권지은 / 통역: 조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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