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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양효걸

[거리의 경제] "아마존·쿠팡이 물가 끌어내린다고?"…'기술적 디플레' 완벽 정리

[거리의 경제] "아마존·쿠팡이 물가 끌어내린다고?"…'기술적 디플레' 완벽 정리
입력 2021-04-24 20:29 | 수정 2021-04-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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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경제와의 거리를 좁히다. 거리의 경제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해 다뤘었죠.

    “어, 갑자기 막 (달걀값이) 1만2백 원까지 써봤어요." "(채소값이) 금방 안 떨어져요."

    그런데 방송 이후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 방송 댓글 : “혁신 기술로 가격 경쟁 가능” “물건값 싸지는 것 무시?” )

    혁신 기업들이 기술 개발하고 가격 경쟁하면 물건값 더 싸질 수 있는 거 아니냐. 이걸 무시한 게 아니냐는 거죠.

    일리 있는 말입니다.

    실제 최근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원인을 미국의 유통업체 아마존의 물류 혁신으로 꼽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이 문제 한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기술 기업들은 얼마나 인플레이션을 막아줄 수 있을까요?

    이 공유 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공유 차량, 처음 타 본 소감은?

    "제가 이 차를 빌릴 때 일단 차 키도 필요 없었고요. 스마트폰으로 전부 문도 열었거든요. 전부 비대면으로 이 차를 빌린 거고. 필요한 만큼 또 분 단위로 빌릴 수 있다 보니까 가격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가 있었는데요. 이건 기술 개발로 그만큼 비용을 낮춘 거겠죠."

    어느새 쿠팡 물류센터 앞을 지나는 중

    "지금 저 앞쪽으로 쿠팡이 보이거든요.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고 있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물류를 좀 더 빠르고 저렴하게 (배송)한다는 거겠죠. 이렇게 기술 개발로 비용을 줄이다보면. 실제 물건을 싼 값에 팔 수 있겠죠."

    이런 현상을 ‘기술적 디플레이션 (Tech-driven Deflation)’이라고 합니다.

    어느새 목적지인 대형마트에 도착했는데...

    기술 개발은 그 비용 자체를 낮추기도 하지만 관련 업계 판도를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14년 만에 '최저 가격 보상제' 부활한 마트

    [2021년 4월17일 뉴스데스크]
    “경쟁업체보다 비싸면 그만큼을 보상해 준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들의 진짜 적수는 쿠팡입니다.”

    누적 적자 4조 원대의 쿠팡이, 빠른 배송을 무료로 풀자 벌어진 일인데, 이렇게 기업들이 앞다퉈 ‘제 살 깎기’에 나서면 일단, 체감 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나영/마트 손님]
    “싸게 하려고 경쟁해서 판매하시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치열한 가격경쟁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근데 과연 이렇게 가격을 낮추는 게 좋기만 한 걸까요?

    IMF 구제금융 이듬해인 1998년.

    미국 월마트가 한국에 상륙 했습니다.

    [1998년 7월11일 뉴스데스크]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국내 할인점 업계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3.2.1 발사! ”

    인공위성까지 동원한 물류 기술 과시했던 월마트

    최첨단 물류 시스템, 기술 혁신을 내세우면서 무섭게 확장 했죠.

    개장 때마다 길게 늘어선 줄

    먼저, 불을 당긴건 월마트였습니다.

    최저 가격이 아니면 환불해주겠다고 공언한 월마트

    [1998년 8월 19일/생방송 화제집중]
    “이 미치광이(?) 세일 소식은 이마트에 전해졌고 싸움은 시작되었다.”

    이에 질세라 이마트도 ‘최저 가격’ 맞불

    말 그대로, 출혈 경쟁이 시작된 겁니다.

    [1998년 8월 19일/MBC 생방송 화제집중]
    “상대사의 점포에 직원을 파견, 10원이라도 더 싼 값에 새 가격표가 제작되었다! ”

    [1998년 8월 19일/MBC 생방송 화제집중]
    “(왜 그런일을 하세요?) 가장 싼 할인점이라는 인식을 소비자한테 심어주기 위해서 저희가 다소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당시 마트를 찾았던 고객 (1998년)]
    ”싸면 쌀수록 좋은데, 뭐 암튼 열심히들 해보세요~ 우리는 싸면 좋으니까”

    월마트는 결국 2006년, 이마트에 인수 되면서 한국에서 철수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다음해부터 대형마트들은 가격 할인 행사를 중단 했습니다.

    유통업계 삼자구도가 공고해진 2010년대 이후.

    자, 여기 수치를 한번 볼까요.

    대형마트 3사가 유통과정에서 가져가는 몫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공정위, 대형마트 ‘납품업체 횡포’ 과징금 부과

    시장에서 경쟁자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기업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거리의경제> 긴급 설문, 당신의 선택은?

    Q. 넷플릭스, 쿠팡. 요금이 올라도 쓰겠습니까?
    (요금 인상 수용할지 ‘업앤 다운’으로 대답)

    “지금 (빠른 배송이) 2900원 이거든요?”
    “여기서 멤버십을 2천 원 더 올린다. (업!)
    ”4천 원을 더 올린다. (업!)”
    .
    .
    “자! 그럼 만 원으로 갑시다. 1만 원”

    (잠시 고민하는 시민)

    “1만 원이면 괜찮지 않나? 만원이면 괜찮다. (업!)”

    (가격이 올라도 계속 쓰겠다는 사람들)

    Q. 어느 정도 비싸져도 계속 쓰려는 이유는?

    [이승하/시민]
    “밤마다 아침마다 늘 보고 있는 거니까.”
    “(본인의 생활에 어느 정도 와 있다고 생각하세요?) 거의 80% 90% 정도?”

    [박나래/시민]
    “나도 모르게 생활 패턴을 바꿔주는. 나도 모르게 들어가 있으니까. 당장 지금 마음이 급한데..”

    이렇게 소비자들이 다른 데 갈 수 없게 손발이 묶인 상황을 자물쇠에 빗대어 ‘잠금 효과’, 영어로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라고 합니다.

    지난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혁명 이후로 모바일 앱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술 기업들에는 2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초기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끌어 모으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경쟁자를 몰아내고,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한전 같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어김없이 가격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잇따르고 있죠.

    코로나19를 거치며 가입자가 폭증한 넷플릭스는 무료 체험과 아이디 공유 중단을 예고했고, 월 사용자 10억 명을 끌어모은 구글 포토, 온라인 회의 서비스 줌도 일부 무료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택시가 택시 기사용 호출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죠.

    미국 의회 “독점 우려”…거대 ‘플랫폼 기업’ 기업 분할 권고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플랫폼 기업은 현재 공정거래 관련법이 없습니다. 기술과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제도나 법이 여길 따라가지 못한다. 아마 이 코로나19 이후에 3~4년만 지나면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지고 이 피해가 일반 소비자, 시민에게 온다(고 생각합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혜택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는 말입니다.

    제가 기술 혁신의 좋은 점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술이 혁신되면 비용은 낮아지고, 생산성은 높아지는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공기처럼 누렸던 저렴한 서비스들은 언젠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체감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거죠.

    지금까지 적자를 보면서 영원히 남아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으니까요.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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