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농업 법인은 농사를 짓는 게 일이고 당연히 농지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들인 농지에 농사를 짓지 않고 쪼개서 팔아 거액을 챙긴, 사실상 농업 법인으로 위장한 투기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남효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시흥의 한 농지.
비닐하우스 서너 개가 쭉 늘어서 있고, 곳곳에 작물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을 빌려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농부는 땅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농지 임대인]
"토지대장 한 번 떼봤더니 25명이나 있는데. (땅 빌린 값을) 누구한테 줄지도 모르잖아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4년 전 이 땅을 판 주인은 강남의 한 농업법인.
이 농업법인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경기도 일대에서 농지와 임야 28만 5천㎡를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까지 1천2백여 명에게 쪼개 팔았습니다.
시세차익으로 남긴 돈만 503억 원에 달합니다.
심지어 이 법인은 2016년 한 번 고발된 이후에도 70여 차례 더 투기를 했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
"(적발되면) 6개월 이내에 농지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는 있는데, 사실상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쪼개서 파니까 금방 팔리거나 하겠죠."
농업 회사 법인이나 영농 조합 법인은 설립이 쉬운 데다, 취득세도 낮고 재산세는 면제 또는 감면됩니다.
이 때문에 농업법인들은 농지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쪼개 파는 신도시 투기의 온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하남 A부동산 중개업자]
"금방 사가지고 금방 되팔려면 뭔가 호재성 재료가 있어야 되는데 그걸 어필을 하는 거예요. 오래된 거예요 이거. 계속 존재한 거예요."
경기도가 3기 신도시 등 13개 지역의 농지를 취득한 농업법인 67곳을 조사해봤더니 무려 26개 법인의 투기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이 사고판 땅은 축구장 60개 크기에 달하는데 시세 차익만 1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김종구/감사총괄담당관]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고도의 거래방식을 했기 때문에 전문 브로커가 뒤에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공소시효가 끝난 1곳을 제외한 투기업체 25곳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MBC 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노성은 / 영상편집: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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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남효정
3기 신도시 '기업형 투기'도 기승…"1천300억 벌어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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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26 20:21
|
수정 2021-04-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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