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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에게 돈 뜯는 의사, 부추기는 브로커 '검은 생태계'

약사에게 돈 뜯는 의사, 부추기는 브로커 '검은 생태계'
입력 2021-04-27 20:20 | 수정 2021-04-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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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약국이 근처 병원에 수억 원까지 상납하는 '병원 지원비' 관행, 얼마 전 보도해 드렸습니다.

    보도 이후에 제보가 이어졌고 저희가 추가로 확인해 봤더니 약사와 의사를 연결해 주는 '검은 고리'가 따로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 검은 생태계의 최종 피해자는 의료 소비자였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의 한 약국.

    오전 두 시간 동안 손님이라곤 단 4명.

    종일 합쳐도 20명에 불과합니다.

    [A약사(부산)]
    "(개업 당시) 기본적으로 (하루 처방전) 150건, 그 다음에 좀 시간이 지나면 최대 250건까진 무난하게 갈 수 있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약사 A씨에게 이 자리를 소개한 사람은 이른바 '약국 브로커'.

    위층에 내과가 들어올 '대박 자리'라는 말에, 브로커에게 소개비 5천만 원을 주고 개업했습니다.

    [약사-브로커(2019년 11월)]
    "내과는 뭐 분명히 2월에는 오픈합니다. 그거는 확실하고요."
    (내과 4층 인테리어는 언제 들어가는 거예요?)
    "이번 주부터 들어갈 겁니다."

    약국 브로커가 내과 입점을 약속했던 곳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브로커는 위층 정형외과에도 병원 지원비를 줘야 처방전이 더 나온다며, A씨로부터 3천5백만 원을 받아갔는데, 정형외과에 확인해보니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약사-브로커]
    "저번에 그 3천500만 원, (정형외과) 원무부장 줬다고 안 했어요?"
    "아니오. 그거는 자꾸 이야기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따로 말씀을 드릴 게 없습니다."

    의사가 약사에게 처방전을 몰아주는 조건으로 받는 돈 '병원 지원비'.

    약사들은, 중간에 브로커들이 껴서, 병원과 연결해주고 소개비를 받아갈 뿐 아니라, 병원 지원비 액수나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종식/변호사]
    "의사분들이 바로 약사들한테 "돈을 달라" 이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브로커들이 중간에서 컨트롤하면서 지원금 자체가 없던 자리도 있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현행법상 돈을 준 약사도 처벌받게 돼 있어 약사들이 신고를 꺼리다 보니, 사기나 먹튀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2년 전 수도권 약국을 소개받은 B 약사.

    브로커에겐 소개비 5천5백만 원을, 입점 예정인 병원장에게는 지원비 1억 원을 주고 개업했습니다.

    [B약사(수도권)]
    "(브로커 왈) 00에 들어오는 엄청나게 큰 아동병원이고, 처방전이 엄청나게 많이 나올 거다…"

    몇달 뒤 원장이 지방 병원에 내려갈 거란 소문이 돌았지만, 원장은 부인했습니다.

    [약사-의사(2018년 12월)]
    (양쪽 병원에서 진료를 하시는 건가요?)
    "아냐 아냐. 이쪽(지방)도 적을 빼고 그쪽(수도권)에서 주로 메인 진료, 이쪽에선 운영만 하는 거고…"

    그러나 원장은 1억 원을 받은 지 10달 뒤 떠났고, 브로커도 배 째라 하고 있습니다.

    [약사-브로커 대화]
    "우리도 실수를 했지만 그걸 알고 한 것도 아니고 XXX 원장은 나 일면식도 없거든 사실…"

    과거 제약회사나 분양대행사 직원 등이 가욋일로 하던 브로커 일은, 이젠 따로 업체까지 등장할 만큼 전문화했습니다.

    약사들은, 병원이 어디 들어오는지 몰라 개업하려면 브로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브로커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합니다.

    [C약사(수도권)]
    "(제가) 컨설팅 비용(소개비)이 좀 과하다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약사님이 약국을 안 하실 것 같냐?" (하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다른 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방해를 하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3년 전엔 국회에서 병원 지원비가 주로 개업 전에 오가는 현실을 고려해, 처벌 대상을 '개설 예정자'로 확대하자는 안까지 나왔지만, 복지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각 시도 약사회가 병원 지원비 근절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실태 파악에 착수하는 한편,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2주 전 취재에 응하지 않았던 의사협회는, 병원이 약국 개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고, 오히려 약국이 불법 지원비로 의사들을 유혹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불법 거래나 담합은 엄정 처리해달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최재훈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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