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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가스실 같은 주방…폐암에 쓰러지는 급식 노동자

[소수의견] 가스실 같은 주방…폐암에 쓰러지는 급식 노동자
입력 2021-04-27 20:39 | 수정 2021-04-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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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내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백쉰한 명의 노동자가 질병이나 사고 등의 중대 재해로 숨졌고, 이 중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들도 있습니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를 반복하다가 발암 물질에 노출이 돼서,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건데요.

    환기라도 좀 잘되게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김성현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조리사들이 주방에서 점심 메뉴로 닭 튀김과 제육 볶음을 만들고 있습니다.

    250도 이상의 고온에서 펄펄 끓는 기름으로 한번에 500인분씩 조리 하다보니 주방 안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합니다.

    "잘 되고 있어?"
    "어휴, 눈 매워!"

    경기지역 급식실 조리사로 12년을 일했던 40대 조리사 이 모씨는 지난해 폐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뇌까지 암이 퍼졌습니다.

    치료비로 쓴 돈만 3천만원, 급여까지 끊겨 생계마저 막막합니다.

    [이 모씨/급식 조리사]
    "아들 2명이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애들 키우면서 희생이라고 그러면서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애들이, 가족이 저한테 희생을 하고 있더라고요."

    또다른 조리사 이 모 씨는 지난 2018년, 50대의 나이에 폐암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박화자/동료 급식 조리사]
    "구토도 나고 그 다음에 많이 쓰러져요. 2시간 이상을 혼자서 튀기다 보면 정말 어지러워요."

    12년간 일주일에 2~3번씩 튀김과 볶음, 구이 등 기름 요리를 했습니다.

    숨진 이 씨의 급식실 주방의 작업환경측정결과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대 농도는 기준치보다 60배, 초미세먼지도 4배나 높게 검출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사망 3년 뒤인 올해 2월, 산재 승인이 났습니다.

    조리사들은 유명무실한 공기순환장치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 모씨/급식 조리사]
    "후드는 있는데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빨아들이고 그런 거는 없었어요. 연기는 항상 가득 차 있었어요. 급식실에…"

    결국 학교측에서 조리실 환기 시설만 제대로 해줘도 폐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선웅/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대부분 환기 설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급식실은 폐암의 고위험 작업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교 비정규직노조 측은 이미 폐질환에 걸린 조리사가 경기 지역에만 300명을 넘어섰다며 인과관계가 명확한 사례를 모아 집단산재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 취재: 이주혁, 김백승 / 영상 편집: 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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