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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장애인은 관리 대상?…'편견' 너머 공존의 세상으로

[집중취재M] 장애인은 관리 대상?…'편견' 너머 공존의 세상으로
입력 2021-04-28 20:51 | 수정 2021-04-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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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국에 장애인 시설은 천 5백여 곳,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3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반드시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몸소 답하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시설을 떠난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남효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 '향유의집'.

    1986년 설립된 이 시설은 이틀 뒤 35년만에 문을 닫습니다.

    한때 이 시설엔 1백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살았습니다.

    지난달, 마지막 이용자까지 퇴소해 방 30개가 모두 비어있습니다.

    이 작은 방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두세 명이 함께 생활했다고 하는데요.

    방안에는 이렇게 화장실이 딸려 있는데, 이용자 여러명이 동시에 용변을 보고 샤워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방 문은 관리를 이유로 늘 열려 있었습니다.

    [강민정/'향유의집' 사무국장]
    "내가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까지도 그들이 다 지켜보고, 내가 배변하는 것도 그들이 다 지켜보는 그런 환경이 우리는 그렇게 살려면 살 수 있겠는가… 그러면 아마 답이 나올거예요."

    지난 2007년 이 시설 원장과 이사들이 장애인 수당 1억 7천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이 때부터 장애인들은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자립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뇌병변 장애인 김동림 씨는 이 일을 계기로 혼자 나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못 버틸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벌써 13년 째.

    시설에서 살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김동림]
    "시설에 있을 때는 내 의견하고 자기결정권이란게 없어요. 그냥 묵살당하고. 그냥 시설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되니까."

    아내와 철마다 꽃놀이와 소풍 가는 재미로 살고 있다는 김씨.

    시설에선 결혼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입니다.

    [김동림]
    "'내가 이렇게 살아야지 옳은건가? 내가 시설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살아야되나, 난 여기서 죽어야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삶의 변화가 있었어요."

    뇌병변 장애인 29살 박장군 씨도 자립한 지 6년 째.

    박 씨는 다른 장애인 2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짜여진 스케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원할 때 할 수 있는 일상이 너무 즐겁다고 말합니다.

    [박장군]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제가 꿈꾸던 공부도 하고 있고. 인권 강사 공부, 한글 공부랑."

    4살 때부터 살던 시설에선 무겁다는 구박 때문에 하루 한끼 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박장군]
    "강제 다이어트를 했어가지고. 밥도 그만 먹으라고 하고요. '너 때문에 허리 다쳤다'(고 하고.) 나 때문인가 자책도 많이하고, 많이 울기도 했고. (시설이) 지옥같다고 해야 되나?"

    발달장애인 이은주 씨도 7년째 시설 밖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청소도 하고 밥도 해먹으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박희림/사회복지사]
    "(시설에선) 숏컷 머리에 바지를 더 많이 입으셨어요. '나도 머리기를래' 이렇게 얘기하셔서 지금 머리 기르고 계시거든요. 최근에는 원피스만 입으세요."

    [이은주]
    (선생님 지금 여기서 사는 거 행복하세요?)
    "네, 행복해요. 많이 행복해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중증장애인 6백여 명 중에 42%가 탈시설을 원했고, 이 중 절반 이상(54.8%)이 즉시 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설 장애인들이 자립을 원할 때 서울시는 무료 또는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지원하고, 생활비도 일부 줍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다른 지역에선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정부는 오는 8월 중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논의는 더디고 지난해 12월 발의된 탈시설 지원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중입니다.

    [김정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탈시설 지원법은) 정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전달 체계를 구성하고, 예산과 법적 근거를 주는 것에 의미가… (정부는) 거주시설 운영자들이나 사회복지법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

    그래서 한 데 몰아넣고 관리하는 게 장애인을 위한 일이었다는 착각.

    이틀 뒤 문을 닫는 향유의 집 관계자들이 발벗고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도운 이유입니다.

    [강민정/'향유의집' 사무국장]
    "자립하면 누가 지켜주냐, 위험에 노출되지 않냐 그리고 시설이 제일 안전하고 좋은데 왜 여기서 나가려고 하느냐. 2008년에 (시설을) 나가신 분이 저한테 해준 얘기 중에. '내가 여기서 20년 살면서 하루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해주셨어요."

    [박장군]
    (탈시설하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자유를 얻었다. 죽어도 여기서 살고 싶어요."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김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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