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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상무님 따라하세요"…연구대상이 된 '90년대생'

[집중취재M] "상무님 따라하세요"…연구대상이 된 '90년대생'
입력 2021-05-01 20:26 | 수정 2021-05-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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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애들 왜 이래." 이런 말, 사실 언제나 있어왔죠.

    그런데 요즘처럼 이 말이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기업들마다 요즘 90년대를 전후해 태어난 이 세대를 분석하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대체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요.

    70년대생인 저도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준희 기자의 보도 보면서 함께 생각해 보시죠.

    ◀ 리포트 ▶

    서울의 한 방탈출 카페.

    1시간 안에 미션을 해결해 방을 탈출하는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허둥대는 한 남성.

    "물을 여기다 붓는? 어? 근데 이게?"
    <고정이라니까 컵을 뽑지 말고 그냥 부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요?"

    쩔쩔매는 50대 남성은 입사 22년차 상무, 그 옆에서 웃는 두 사람은 입사 3개월 차 20대 신입사원들입니다.

    [김지훈/통신사 상무]
    <탈출하셨어요?>
    "아우 마지막에 못 했어요. 제가 몸치인가 봐요."

    즐겁고도 어색해 보이는 이 현장은, 한 통신사에서 3년째 시행 중인 사내 교육 프로그램.

    신입사원들이 임원들에게 자기 또래 문화를 알려주는 건데, 신입들은 부회장님, 전무님들을 끌고 네일샵이든 셀카방이든 거침없이 다닙니다.

    [이주영/통신사 신입사원(98년생)]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임원분들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이 같은 프로그램은, 최근 통신과 에너지, 금융회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 중입니다.

    목적은 MZ세대 배우기.

    90년대를 전후해 태어난 세대의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겁니다.

    퇴근 시간 한 대기업 사무실.

    먼저 자리를 뜨는 직원들 상당수는 90년대생입니다.

    [박종완/93년생(작년 입사)]
    "(팀장님은) 회의 들어가셔서..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퇴근하는 편이에요."

    [성유현/95년생(작년 입사)]
    "일을 다 마친 거니까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퇴근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못 했던 선배들에게, 이런 모습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불만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부장]
    "(신입사원이) "약속 때문에 저는 퇴근해야 됩니다." 그러면 결국은 그 일들은 위에 남아 있는 상사들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과연 누가 팀장이고, 누가 부장이고, 누가 사원이고.."

    [대기업 차장]
    "임원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까?".. 임원은 젊은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다 약속 있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잘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대기업 부장]
    "MZ세대들을 보면 승진이나 이런 부분들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개인적인 워라밸 같은 거에 굉장히 좀 관심을 많이 갖는.."

    달라도 너무 다른 MZ세대에 당황했던 기업들은 그러나 이들을 기존 시스템에 맞춰 바꾸려 하기보다, 이들을 연구하고 이들의 장점을 끌어내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승복/식품회사 차장]
    "(처음에는) 그런 친구들이 한 명, 두 명 소수였으니까, '좀 특이한 친구가 왔네. 같이 가자'고 끌고 갔다면, 이제 그런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구나'‥평생 적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워크숍에선, 임원들이 신입사원들의 강의를 경청하고, 회장이 직원들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는가 하면, 대면 보고를 싫어하는 MZ세대를 위해 사내 결재판 2만 개를 없애고 모바일 보고를 도입한 기업도 있습니다.

    중소기업들 역시, 채용공고에 '꼰대 상사'나 '사내 정치'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MZ세대가 많은 회사에선 한 달에 한 번 아침에 2명을 뽑아 즉시 퇴근시켜주는 복지제도가 만족도 1위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기업 마케팅도 변하고 있습니다.

    제과업체는 허당 왕자 캐릭터를 만들어, 놀이와 스토리를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을 붙잡고, 통신사는, 매장 직원이 말을 걸면 나가버리는 MZ세대를 고려해, 전화 개통까지 고객 스스로 하는 무인점포를 열었습니다.

    [우경준(97년생)]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불편해가지고, 혼자서 하는 게 좀 많이 편한 것 같습니다."

    MZ세대는, 풍족한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급격한 기술 혁신을 접하며 자랐습니다.

    [이은형/국민대학교 경영대학장]
    "온라인, 디지털 세상에서는 '위계'라는 게 없잖아요. 상대가 나이가 몇 살인지 내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거죠. 그렇게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자랐고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만큼 현재의 워라밸이 중요하고, 4차 산업 혁명기라 선배 세대의 낡은 노하우가 절실하지도 않습니다.

    취업 등의 기회가 바늘구멍이 되다 보니 불공정에 예민하고 그래서 성과급을 따지고 노조를 만들기도 하지만 기성세대들의 색안경은 때때로 억울합니다.

    [민용기/94년생 회사원]
    "MZ세대는 개인적이다, 이기적이다..이런 거라기보다는 그냥 저희는 좀더 지금까지 계속 설명이 부족했던 것들에 대해서 조금만 더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달라" 그런 정도만 (요구하는 거거든요.)"

    [정혜원/89년생 회사원]
    "MZ세대들도 본인이 납득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맡기고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책임감 있게, 또 더 열정을 담아서 할 수 있는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업 안팎에 지진을 몰고 온 MZ세대.

    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들의 역량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미래가 달린 만큼, 기업들의 MZ세대 연구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 강종수 최재훈/영상편집: 이현선/자료조사: 임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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