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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나고 자랐는데…병원도 못가는 '떠돌이' 아이들

한국서 나고 자랐는데…병원도 못가는 '떠돌이' 아이들
입력 2021-05-05 20:09 | 수정 2021-05-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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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따뜻한 사랑과 축복 속에 보내야 하는 어린이날, 우리 사회 한편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유령'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들인데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인으로 자라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3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불법이 된 아이들,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여성 A씨가 두 아들과 사는 지하 단칸방.

    쌓아둔 짐들로 방이 더 좁아졌습니다.

    지난달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실종돼 파출소에 갔다가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체포됐던 A씨.

    우여곡절 끝에 풀려났지만 직장에선 해고됐고, 다음 달이면 출국을 해야 합니다.

    막상 떠나려니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두 아들은 또 어떻게 살게 될까 걱정입니다.

    [미등록 이주민 A]
    "정부가 제발 '착한 사마리아인'이 돼 주세요. (발달장애) 아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어요."

    초등학생인 두 아들은 모두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어 미인가 시설에 아이들을 맡겨야 했는데, 늘 학대가 의심됐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A]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멍 자국, 혹, 긁힌 상처 등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미등록 이주민이기 때문에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어린이집에 항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 치료나 이에 맞는 학습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경아/도닥임 아동발달센터]
    "큰 자녀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1~2학년 정도의 학습 능력을 가졌고요. 둘째는 3~4세 정도의 인지수준(입니다). 인지적인 어려움이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경우지만, (학대가) 더 큰 걸림돌이 되어서 굉장히 큰 어려움이 생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에서 온 B씨는 파출부 일을 하며 3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미등록 외국인이라 가장 힘든 건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겁니다.

    [미등록 이주민 B]
    "아기였을 때, 보건소에 갔는데 '등록' 여부를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보건소 직원이) 동료에게 '어 불법 사람 왔어'라고 말했어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자라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미등록 이주민 B]
    "아이가 자라면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는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인데요."

    법무부는 최근 이렇게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민 자녀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살았던 청소년에게 임시 체류 자격을 주겠다는 겁니다.

    미등록 이주민 부모가 함께 체류하고 싶다면 9백만 원 정도의 범칙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범칙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나마 중학생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최대 3만여 명에 달하는 미등록 아동 대부분이 제외된 겁니다.

    게다가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010년 미등록 이주민 자녀의 초·중등학교 입학을 허가한 법령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강다영/미등록 이주민 활동가 ]
    "너희들에게 교육권은 있어 그러니까 학교에 가는 건 허락할게. 하지만 '너희는 원래 한국에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라고 법이 얘기하는 거죠."

    UN 아동권리협약은 아이들은 "인종과 태생, 사회적 출신 등의 차별 없이 특별한 보호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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