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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쉬자 일감 '싹뚝'…요기요는 'AI' 핑계만

교통사고로 쉬자 일감 '싹뚝'…요기요는 'AI' 핑계만
입력 2021-05-05 20:16 | 수정 2021-05-0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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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내 2위 음식 배달 업체인 요기요.

    요기요 가, 인공 지능을 내세워서, 배달 기사들이 잠깐 화장실도 가지 못하도록, 과도한 근무 경쟁을 붙이고 있다는 보도를 전해 드린바 있죠.

    이번엔 교통 사고를 당한 배달기사가 사고 처리를 위해 휴식 시간을 썼는데, 이마저도 바로 불이익을 받은 사실이 드러 났습니다.

    착취 나 다름없는 요기요의 행태, 그리고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의 허점을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요기요 기사인 K씨는 열흘전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차에 치였습니다.

    K씨는 발목을 다쳤지만, 바로 배달에 복귀하겠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쉬었다가 등급이 떨어질까봐 두려워서였는데, 요기요는 사고 때문에 쉰 거니 그럴 일 없다며 이틀간 쉬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K씨 요기요 기사]
    "(요기요에) 제가 일부러 계속 물어봤어요. (등급 영향이) 없다고 확실하게 저한테 얘기했거든요. 전 가정이 있기 때문에 이걸로 생계유지하고 있는데, 2등급 되면 더 힘들어져요."

    하지만 쉬고 나온 K씨의 등급은 바로 2등급으로 떨어졌습니다.

    요기요에선 인공지능 AI가 배달기사들의 근무평점을 매겨 등급을 부여하는데, 2등급으로 떨어지면 일감을 잡기 힘들어 월 수입이 수백만원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K씨가 "쉬라고 해서 쉬었는데 왜 등급을 떨어뜨렸느냐"고 항의하자, 요기요는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요기요 콜센터]
    (아니 (배달주문) 거절도 안했고 (근무시간) 100%까지 유지했는데 2등급이 됐다 이건 말이 안되는 거잖아요?)
    "(인공지능) 판단 기준은 저희도 알 수가 없어요."

    지난 3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기사 J씨도 마찬가지.

    요기요가 사고 수습을 위해 쉬어도 된다고 해 쉬고 나왔더니, 등급이 2등급으로, 그리고 다시 4등급으로 떨어졌고, J씨는 결국 벌이가 끊겨 배달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J씨 전 요기요 기사]
    "(요기요) 서버 자체가 독일 거다. AI가 하는 거라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답변은 모른다고 하니까요."

    기사들이 교통사고를 당해도 잠시만 쉬고 바로 나와 배달을 소화하는데 왜 등급을 떨어뜨리느냐고 문의하자, 요기요는 "인공지능이 판단한 등급은 수정이 불가능하고, 그 기준도 밝힐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화장실 문제도 마찬가지.

    일주일에 딱 6분 화장실 가느라 쉰 것만으로도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사들이 용변도 참고 일한다는 MBC 보도에 대해, 요기요는 AI의 판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할 뿐,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A씨 요기요 기사]
    "너무나 제 모습이 처참한 겁니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콜이 또 들어와서 화장실을 (못 가고), 엄청나게 배가 아프고 그래도 참고 (일)할 때…"

    하지만, AI의 판단이라 어쩔 수 없다던 요기요는, MBC가 K씨를 취재하기 시작하자 K씨를 다시 1등급으로 올려줬습니다.

    [요기요 콜센터]
    (아니, 원래 (등급변경이) 안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원래는 배치번호(등급) 변경이 안 되는데, 변경으로 진행이 된 거 같더라고요."

    자영업자 성격인 배달 기사들을 등급으로 옭죄어, 숨돌릴 틈도 없이 일하도록 만드는 요기요.

    요기요 같은 플랫폼 업체들이 늘 내세우는 건 AI이지만, 이런 행태는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선, 기업들이 쉬쉬해온 AI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법이 만들어졌고, 미국에선 바이든 정부 노동부 장관이 플랫폼 종사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해 노동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두달 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관련해, 회사측이 영업상 비밀이라고 주장해 인정될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해놔,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영주/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
    "알고리즘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거보다 지독하고 치열하게 스스로 쥐어짜도록 만드는 기제인데, 투명하게 공개가 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고 공정한지 생각해볼 수가 없습니다."

    요기요는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배달기사들의 고충을 파악한 뒤,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 취재 : 김재현 최재훈 / 영상편집 :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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