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미 실형 선고로 옥중에 있는 한 의료 봉사 단체의 이사장이 후원금 수억 원을 빼돌렸다는 또 다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자녀 유학비나 유흥비로 쓰고 의료 봉사에 쓰지 않았다는 건데요.
속이 빈 상자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어서 봉사 활동으로 위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수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성인 키 높이만큼 쌓아둔 의약품 상자들.
지난 1월 한 봉사단체가 노인복지관에 전달했다며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상자 안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빈 상자라도 구해 물품 전달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한 건 봉사단체 이사장인 A 씨입니다.
[A 씨/의료봉사단체 이사장]
"어떤 걸로 연출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지. 박스 공장에다가 좀 사진 찍어가지고 이렇게 만들어 주라고 하면 만들어 줄 텐데… 인터넷 좀 뒤져봐."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취약계층 1만 4천 명에게 의약품 지원과 무료 진료를 해주겠다며 사랑의열매에서 3억 7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적을 요구하자 빈 상자를 동원해 사진을 찍은 겁니다.
[의료봉사단체 관계자]
"후원금을 관련 사업에 제대로 사용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수행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죠."
그럼 수억 원대의 후원금은 어디로 갔을까?
이사장 A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한 제약사로 옮겨 횡령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의료봉사단체 관계자]
"딸과 아들 유학비로 지급이 됐고, 유흥비라든지 이런 비용으로 사용이 됐습니다. 마이바흐를 타고, '한남 더힐'에 살고 있다 하는 말들을 항상 입버릇처럼 했습니다."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출신인 A 씨는 지난 2013년부터 의료보건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A 씨/의료봉사단체 이사장]
"아시아에서 최초로 UN에 등록돼서 지금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인 NGO 단체고요. 전 세계에서 의료·보건 쪽으로는 1등인 그런 단체입니다."
홈페이지에는 대한병원협회 소속 의료진과의 국내외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유명인사 수십 명이 홍보대사나 고문으로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
"2018년에 캄보디아, 그렇게 한번 갔다 오고 말았죠. (그 이후로는) 특별한 거 없었죠."
이처럼 A 씨는 실적과 인맥을 부풀려 수년간 후원금을 받아왔는데, 상당 금액을 횡령했다는 게 단체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의료봉사단체 관계자]
"(지난해에) 후원금까지 해서 8억 5천 정도 받았는데 대부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고‥후원하신 분들 중에서는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무실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 쫓겨났고, 직원들 역시 제때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는 법조계 인맥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6천만 원 가로챈 혐의로 지난 2월 법정 구속된 상태.
이런 가운데 사랑의열매도 "A 씨 단체의 사업 실행 대부분을 전혀 확인할 수 없고, 일부 금액은 사채업자들이 인출하는 등 자금을 유용했다"며 지급한 돈은 환수하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한재훈 / 영상편집: 고무근 / 영상제공: 복지TV 한국블록체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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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수근
[단독] 빈 상자 앞에서 사진만 찍고…두 얼굴의 이사장
[단독] 빈 상자 앞에서 사진만 찍고…두 얼굴의 이사장
입력
2021-05-06 20:27
|
수정 2021-05-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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