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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로그] 폐지 싣고 달리는 희망자동차

[앵커로그] 폐지 싣고 달리는 희망자동차
입력 2021-05-08 20:25 | 수정 2021-05-0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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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2020.10.27. 뉴스데스크)]
    폐지를 수집해서 생계를 이어오던 80대 할머니가 전복된 차에 치여 숨지는…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수레바퀴.

    조명 뒤의 사람들을 조명하는 앵커로그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를 모는 분을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경규 (독립문 평화의집)]
    "안녕하세요."

    이 자동차 이름이 뭐죠?

    [강경규(독립문 평화의집)]
    "달려가는 희망자동차입니다."

    [안영숙/88세]
    아휴, 다치겠어.

    [강경규 (독립문 평화의집)]
    "아이 안 다쳐. 왜 다쳐."

    어르신들이 모은 폐자원을 수거해 집하장에 대신 납품해주는 역할

    이렇게 와서 가져가 주니까 뭐가 좋아요?

    [안영숙/88세]
    "(내가 고물상으로) 안 가도 되니까 좋죠. 원래는 (수레에) 끌고 다녀야 하는데 (가져가 주니까) 일하지 어떻게 하겠어요. 허리 이렇게 구부리고. 자식들보다 낫다고. 고맙다고."

    [강경규 (독립문 평화의집)]
    "(폐지수거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한다든가, 폐지값이 급격히 내려가서 어르신들 생활이 어려워졌다든가 (이런 걸 보고)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을 방법이 없을까, 이런 걸 찾다가…"

    희망자동차를 기다리는 또 한 사람.

    알고보니...

    (돌아가신 남편이) 6.25 참전용사이시군요

    [신재식/88세]
    "네. 6·25 참전용사예요. 6·25 때 총알을 맞은 거거든요."

    (남편이) 국가유공자인데 (생활비) 지원을 전혀 못 받으세요?

    [신재식/88세]
    "하나도 못 받아요. 아주 10원도 못 받아요 너무 힘들어요. 아이고 죽겠네."

    그런데도 이렇게 하셔야 돼요? 힘들어도?

    [신재식/88세]
    "그러면 어떡해요."

    이렇게 가져가주니까 많이 도움이 되나 봐요?

    [신재식/88세]
    "그럼요 도움이 되고 말고요. (수입을) 배로 더 가져오는데"

    고물상을 거쳐야 하던 폐자원을 집하장으로 직접 가져감으로써 수수료를 없애 수익을 두 배 이상 늘린 겁니다. 늘어나는 수입은 하루에 몇 쳔 원 정도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강경규/독립문 평화의집]
    "이번 주에 진짜 많이 하셨네?"

    [백옥자/81세]
    "좀 양이 많더라고요. 이번에."

    이걸 어떻게 하셨나 싶어요.

    밤이면 잠을 못 자요. 허리도 다리도 아파서.

    그런데도 이렇게 하셔야 해요?

    [백옥자/81세]
    돈이 한 푼도 없다가도 조금씩 들어오잖아요. 이거 하면

    돈이 한푼도 없을 때가 많아요?

    [백옥자/81세]
    "없을 때가 많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백옥자/81세]
    "그냥 밥만 먹고 있는 거지 쌀로. 어떨 때는 그만 살고 죽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노인빈곤율 43.4%, OECD 압도적 1위

    폐지 수거 노인 1일 평균 수입 5,000원

    다른 어르신을 따라가 보니…

    [박숙경(가명)]
    "(폐지가) 이렇게 없어."

    왜 없는 거예요?

    [박숙경(가명)]
    "하도 (폐지 수거)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많이 늘어났어요."

    폐지 줍는 노인 170만 명 추산…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제일 힘든 점이 뭐예요?

    [박숙경(가명)]
    "딱 (손을) 넣으면 유리가 깨지니까 손이 상하잖아요."

    그래서 다친 적 많으시겠어요.

    밴드를 꼭 넣어갖고 다녀요.

    "폐지 수거 노인 다칠 확률, 일반인의 10배" (서울성모병원/2019)

    처음하실 때는 어떠셨어요?

    [박숙경(가명)]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서러워서 울었죠. '내가 여기까지 와버렸구나'하는 생각을 하니까. 깨끗이 치울 수 있고, 골목에 (쓰레기봉투를) 세워도 주고 묶어주고 가고. 이제는 안 울어요."

    이건 지금 얼마 동안 모으신 거예요?

    [박숙경(가명)]
    "일주일이요. 어린이날 다가오니까 불안해서.(손주)애들 뭐 좀 사다 줘야 하잖아요."

    인근 골목, 몸집만한 상자를 지고 오는 어르신 발견.

    할아버지,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세요?

    [이삼열/84세]
    "이거 주워 갖고 와요."

    어떻게 해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이삼열/84세]
    "(예전에) 청소반장 했어요. 75세 넘은 사람은 다 자르더라고요. 그래서 12명이 한꺼번에 잘려가지고 나왔어요."

    하면서 이런 건 좀 어렵다…

    [이삼열/84세]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거. 새벽 3시 40분이면 꼭 일어나니까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세요?

    이삼열/84세
    일찍 안 일어나면 (다른 사람들이) 다 주워가버리니까.

    비는 점점 더 쏟아지는데...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이렇게 하시는 거 같아요?

    [이삼열/84세]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다 해요. 다 해."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다 해요? 아이고…

    우리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걸까요.

    빗속에서도 찾아온 희망자동차

    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데요. 빗속에서도 그치지 않고 이렇게 계속 페지를 차에 싣고 계십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도 일을 계속 하세요?

    [강경규/독립문 평화의집]
    "어르신이 이렇게 미리 내놓으셨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어요.이걸 안 하면 주변의 민원이 많이 들어가요."

    그렇게 희망자동차를 몬 지 3년, 13분의 어르신을 부모님처럼 돕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거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강경규/독립문 평화의집]
    "버려지는 자원이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입니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놓고 보면 아주 꼭 필요한 부분인 거죠. 그러나 일반 사회 인식은 그냥 천한 직업 이렇게 취급해 버리는 거죠. 제도 속에서 보호될 수 있는 사회가 하루 속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회의 자원을 일구는 사람들로 인정이 됐으면 좋겠다."

    2021년 어버이날,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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