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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식 후에, 수사 끝나면" 차일피일에 한 달째 '난민'

"감식 후에, 수사 끝나면" 차일피일에 한 달째 '난민'
입력 2021-05-13 20:28 | 수정 2021-05-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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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달 전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 주상 복합 건물 화재 조사 결과, 건물 설계와 소방 시설 모두 엉터리 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데도 건설사는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서, 주민들은 한 달 넘게 집에 들어 가지도 못 하고 있습니다.

    지윤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0일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던 남양주 주상복합 건물.

    국과수 감식 결과 불은 1층 중식당 가스레인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물탱크엔 물이 65%나 남아있었습니다.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는 얘깁니다.

    1층 상가 방화셔터는 감지기 전선이 불에 타버리는 황당한 이유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천장이 뚫린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도 불이 빨리 번진 원인이 됐습니다.

    설계부터 소방시설까지 건물 자체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 됐습니다.

    아파트 동·호수가 붙어 있는 텐트 14개가 건물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화재로 갈 곳 잃은 주민들이 임시로 지내고 있는 곳입니다.

    [서대원/입주민]
    "가정생활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다 뿔뿔이 흩어져서. 아이는 친척 집에 엄마는 경로당에 아빠는 텐트에 흩어져서 생활하고 있고."

    한 주민의 집에 가봤습니다.

    집안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려 쓸 수 있는 가구나 가전제품이 거의 없습니다.

    식기세척기 안에 있던 그릇까지 시커멓고, 식탁 위 분진은 칼로 긁어야 겨우 벗겨집니다.

    다른 집들도 비슷한 상황.

    아무리 환기를 해도 냄새와 분진은 여전합니다.

    [정 모 씨/입주민]
    "한 시간 이상 집에 있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아이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이의 건강이 가장 우선적으로 우려가 되고 있고요."

    이렇게 당장 살 수 없는 집은 50여 세대.

    건설사가 인정한 청소조차 불가능한 집도 27가구에 달합니다.

    대피소가 부족해 다른 아파트 경로당까지 빌렸는데, 코로나 때문에 여기서도 텐트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은이/입주민]
    "겉에서 보고 불이 안 붙었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실질적으로 피해도 많고 마음의 피해는 훨씬 많습니다."

    이런데도 건설사가 지금까지 지급한 거라곤 숙식비 명목으로 하루 12만 원씩, 최대 20일 치 24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러면서 같은 건물의 빈집으로 들어가면 이사비는 주겠다고 했습니다.

    [유용성/입주민]
    "이삿짐을 옮긴다는 게 이사비용이에요. 근데 (다 그을려서) 옮길 게 없고. 그럼 빈몸으로 가는 것도 이사비용인가요?"

    화재 감식 결과가 나오면 피해 보상을 결정하겠다던 건설사는 오늘 감식 결과가 나오자 이번엔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MBC뉴스 지윤수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영상편집: 양홍석/자료제공: 서영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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